K리그1 9골 2도움... 공격 능력은 확실
체력, 수비 효율성에서 벤투 감독 마음 사로잡는 데 실패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11일 발표된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 국가대표팀 명단에는 이승우(24·수원FC)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리그에서 가장 치명적인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기준점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이승우는 2019년 6월 이후 성인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해 11월 올림픽 대표팀 합류도 실패했다. 이해하기 힘든 탈락은 아니다. 지난 2시즌 간 유럽 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K리그1(1부) 무대에 입성한 이후 꾸준히 경기에 나섰고, 경기력도 점점 끌어올렸다.
6월 A매치에서 다시 한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정진했다. 그 결과 6월 A매치 이후 7경기에서 4골을 터트렸다. 리그 공격 포인트를 21경기 9골 2도움으로 끌어올렸다. 경기당 한 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7월 열리는 동아시안컵 차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이번에는 유럽파 선수들 없이 K리그 및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구성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차출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번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3년생 강성진(FC서울)을 포함해 ‘뉴 페이스’들이 5명(고영준·이상민·김주성·이기혁)이나 합류했지만,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이승우가 벤투호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장점이 확실한 선수다. 공이 없는 장면에서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패스를 주고 수비 사이 공간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는 일품이다. 최근에는 공격진들과 연계 능력도 물이 올랐다. 그러나 단점도 확실하다. 문제는 벤투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이라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공격수들에게도 강한 압박과 어느 정도의 수비 능력을 요구한다. 이승우는 압박의 바탕이 되는 체력과 수비적인 기술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 차출되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벤투 감독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이승우의 포지션에는 나상호(26·FC서울), 권창훈(28·김천 상무), 엄원상(23·울산 현대) 등이 뽑혔다. 이 선수들은 모두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연계 플레이에 능하다. 이승우는 이런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활동량과 수비 가담 능력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체력과 수비 가담은 줄곧 이승우의 단점으로 꼽혀 왔다. 본인도 자신의 단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그는 6월 21일 포항 스틸러스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수도 수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벤투 감독님과 몇 번 함께 해 봐서 성향도 잘 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체력과 수비력을 잘 보완해서 원하시는 축구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수비 가담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상대 선수를 압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의 성에 차지 않은 것은 수비하는 방식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비 가담의 적극성’은 좋아졌다. 그러나 ‘수비와 압박의 효율성’을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아쉽다.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공 탈취에 힘쓴다. 여기서 공을 빼앗는 경우보다 반칙이 불리는 상황이 더 잦아 아쉽다. 반칙이 쌓이게 되면 결국 카드로 이어진다. 공격진에서부터 압박을 중요시하는 벤투 감독이 봤을 때 선수들이 카드를 받게 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압박의 기본 골자가 되는 체력도 여전히 부족하다. 매 경기 평균 70분 가량만 소화하고 있다. 지난 3일 대구FC전에서는 전반 11분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후반 28분에 아웃됐다. 김도균(45) 수원FC 감독이 팀의 주축 선수인 이승우의 체력을 안배해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반전 중반부터는 급격하게 활동 폭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여전히 90분간 꾸준히 압박을 수행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4개월여가 남았다. 이승우가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쭉 이어간다면 남은 A매치 일정에서 대표팀 문을 두드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남은 A매치는 유럽파 선수들과 싸움을 해야 한다. 동아시안컵 발탁까지 불발된 이상 문은 더욱 좁아졌다. 더군다나 벤투 감독은 남은 A매치 기간 동안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기보다는 기존 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냉정하게 봤을 때 이승우와 카타르 월드컵의 인연은 더욱 멀어졌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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