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벤투호 오른쪽 윙 주전 황희찬, 권창훈 소속팀에서 부진
이강인, 김대원, 이승우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
변화 선호하지 않는 벤투 감독... 이강인은 주목 필요
마요르카의 이강인, 강원FC의 김대원, 수원FC의 이승우는 최근 소속팀 활약이 좋다. /마요르카 트위터,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요르카의 이강인, 강원FC의 김대원, 수원FC의 이승우는 최근 소속팀 활약이 좋다. /마요르카 트위터,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베스트 11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그러나 최근 오른쪽 윙 포지션에서 경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며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그간 벤투호의 오른쪽 윙 포지션에서 가장 많이 중용 받았던 선수는 황희찬(26·울버햄턴 원더러스)과 권창훈(28·김천 상무)이다. 벤투 감독이 이들을 선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황희찬은 속도를 활용한 직선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탄탄한 피지컬을 앞세워 박스 안으로 돌파한다. 이후 이어지는 강력한 슈팅 마무리가 장기다. 권창훈은 주변 동료들을 활용한 연계 능력이 탁월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와 원투 패스를 펼치며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플레이가 좋다. 왼발잡이인 만큼 ‘반대 발 윙어’로서 감아 차기 슈팅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황희찬은 치열한 주전 싸움 속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리그 2경기에서 모두 후반전 막판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는 데 그쳤다. 경기에 투입되더라도 날카로운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달 24일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잉글랜드풋볼리그(EFL)컵 2라운드(2-1 승)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난달 28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1-1 무)에서는 교체 투입된 직후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며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1일 본머스전(0-0 무)에서는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권창훈도 부진하다. K리그1(1부) 김천 상무에서 올 시즌 25경기를 뛰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도움 2개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단순히 득점 능력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저하 돼 있다. 시즌 중 입은 잔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느려진 발 때문에 상대 수비수와 속도 다툼에서 밀리고, 경기 템포를 따라가지 못하는 장면도 노출한다. 체력에 강점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모습도 자주 보인다.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왼쪽)과 김천 상무의 권창훈은 소속팀에서 활약이 안 좋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왼쪽)과 김천 상무의 권창훈은 소속팀에서 활약이 안 좋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선수가 부진한 사이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선수들이 있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선수는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다. 오른쪽 측면 윙 포지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팀의 연결 고리 임무를 맡는다.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1골 1도움을 쌓았다. 지난달 28일 라요 바예카노전(2-0 승)에서는 11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함과 동시에 경기 최우수선수(MOM)에도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K리그1에서도 오른쪽 측면을 지배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강원FC의 김대원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 최다 공격 포인트(22개)를 쌓았다. 아울러 27경기 만에 10골 11도움을 기록하며 ‘10-10클럽’에도 가입했다. 드리블, 연계 플레이, 방향 전환, 슈팅 등 측면 윙에게 요구되는 능력들을 골고루 갖췄다. 또한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팀 공격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7월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두고 벤투 감독에게 외면 받았던 이승우(24·수원FC)도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성남FC전(1-2 패)에서 오른발 감아 차기 슈팅으로 리그 11번째 골을 터트렸다. 영리한 움직임 이후 슈팅의 날카로움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공이 없는 장면에서는 더 빛난다. 패스를 주고 수비 사이 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황희찬(왼쪽)과 권창훈은 줄곧 벤투호의 오른쪽 측면 윙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활약해왔다. /김근현 기자
황희찬(왼쪽)과 권창훈은 줄곧 벤투호의 오른쪽 측면 윙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활약해왔다. /김근현 기자

이제 관심은 9월 A매치로 모아진다. 벤투호는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강인과 이승우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김대원은 아직 대표팀 발탁 경력이 없다. 대표팀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소속팀에서 주춤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는 벤투호의 오른쪽 측면 윙 포지션 경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김대길(56)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지난달 31일 본지와 통화에서 9월 A매치에도 변화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은 “벤투 감독은 변화를 선호하는 감독이 아니다. 이번 A매치에서도 무리하게 새로운 선수들을 쓰려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벤투호는 오랜 시간 황희찬, 권창훈에게 오른쪽 측면 윙 포지션을 맡겨왔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하다고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결과를 냈다. 이들이 다치지 않는 이상 두 선수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커 카드’의 가능성은 있다. 카타르 월드컵의 최종 엔트리가 26장으로 확대된 것은 이강인, 김대원, 이승우에게 긍정적인 변수다. 9월 A매치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면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도 꿈꿔볼 수 있다. 김대길 위원은 “이들이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겠으나, ‘조커 카드’의 유형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이강인은 아주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단점들이 많이 줄었다. 또한 다른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들이 많다”라며 “이번 월드컵은 11월에 열린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거들보다 컨디션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황희찬, 권창훈을 제외한다면 이강인이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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