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하반기 임원 승진자 중 R&D 부문 37% 차지
올해 전기차 라인업 강화…3세대 수소전기 개발 중
IT역량 갖춘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변모 모색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기업의 벽을 허물고 ‘종합 모빌리티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업 영역은 자동차·로봇부터 항공 모빌리티까지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동하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0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이 중 연구개발(R&D) 부문 승진자 비율이 37%에 달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현대차는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을 비롯해 자율주행·전동화·수소 등 기술 부문 수장들을 대거 승진 배치하고 ICT혁신본부장에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진은숙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미래 사업 영역에서의 글로벌 경쟁 채비를 마쳤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은 크게 자율주행·전기차와 로보틱스를 비롯한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등으로 구분된다. 기존의 사업 영역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와 그 밖의 신사업으로 인식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수단과 로봇이 큰 틀에서 하나로 묶이고 전기차에 이어 수소연료전지 중심의 동력계통 변화가 다른 축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전기·수소로 ‘친환경 톱티어’ 브랜드 겨냥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가장 먼저 다가온 시장 변화는 전동화다. 기존 내연기관엔진을 버리고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배터리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보전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ESG경영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이기도 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이미 내연기관 퇴출과 전동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경쟁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아이오닉5, EV6, GV60 등을 선보였으며 올해 아이오닉6, EV6 고성능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니로 EV 등을 라인업에 더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모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브랜드 인지도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빅3’ 완성차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핵심인 모터, 배터리, 첨단소재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R&D-생산-판매-고객관리 전 영역에서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남양연구소로 불리는 연구개발센터가 전동화 기술 조직으로 개편됐으며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선보인 수소차 넥쏘에 이어 수소연료 기술도 꾸준히 개발한다. 수소연료전지공장에 11억달러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넥쏘에 탑재된 연료전지보다 부피와 출력 등을 개선한 3세대 연료전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수소청소트럭 등 다양한 분야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 톱티어 브랜드’ 목표를 제시하면서 “전기차와 수소가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자동차도 로봇이다…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사진=현대자동차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사진=현대자동차

본격적인 미래 비전은 로보틱스와 모빌리티에서 찾을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을 확보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현대차가 시범운행에 들어가는 레벨4 단계 자율주행차부터 로보틱스, 하늘을 나는 UAM은 모두 주변 상황을 인지·판단하고 메커니즘을 제어해 이동하는 기술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에게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AI 영역을 핵심 미래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로보틱스팀을 신설, 이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했다. 2014년에도 ‘보행보조 착용로봇’ 4종을 선보이는 등 산업·의료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독자 개발한 ‘의자형 착용로봇(CEX)’과 ‘조끼형 착용로봇(VEX)’은 2020년 10월 북미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도 했다.

로보틱스랩은 AI 기반 로봇으로 얼굴 인식, 자연어 대화, 자율이동 기술을 탑재한 서비스 로봇 ‘달이’를 지난해 1월 공개하고 영업점에 투입했으며,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로보틱스랩의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을 탑재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은 기아 사업장에 실제 투입됐다.

UAM은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슈퍼널 브랜드를 통해 2028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체·비즈니스 모델 개발, 이착륙장 건설, 통신 인프라·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 주요 기업·지자체와 협력 관계를 맺었으며 서울 용산구에 그간 흩어져 있던 관련 사업부를 모아 드론택시, 로봇택시 등 UAM 개발 조직을 꾸렸다.

현대차는 “큰 틀에서 자동차도 로봇의 하나”라는 입장이다. 2019년 CES 전시회에서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콘셉트를 공개했으며, 올해 CES 2022에서는 모든 사물에 이동성(MoT)을 부여하도록 설계된 로봇 ‘PnD 모듈’과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등을 공개했다.

일련의 기술 핵심은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율주행, 차량 인포테인먼트, IoT, AI 등 현재 현대차그룹에 요구되는 모든 기술력이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제조사에서 IT 역량을 갖춘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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