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작업 계속될 것…현대모비스 인적분할 재추진도 가능”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철회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상장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25~2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기대에 밑도는 100대 1 수준에 그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재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 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구주 534만주를 처분, 예상 공모가 최상단 가격(7만5700원) 기준 404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어다. 여기에 앞서 칼라일그룹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2009억원까지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처분하는 지분까지 합하면 정 회장 앞으로 돌아갈 자금은 총 1조11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IPO 계획이 지연되면서 이 중 5000억원가량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최대주주며, 현대차는 기아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최대주주인 순환출자 고리로 이어져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는 현대모비스가 21.43%, 정몽구 명예회장이 5.44%, 정의선 회장이 2.62%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는 기아가 17.33%, 정 명예회장이 7.13%, 정 회장이 0.32% 지분을 들고 있다. 기아는 현대차와 정 회장이 각각 33.88%, 1.74% 지분을 가졌다.
순환출자 구조는 과거 기업 오너들이 최소한의 지분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근래에는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 기업의 건전성 평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해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정의선 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 지배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가져갈 경우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형태로 지배구조 단순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통해 확보한 금액만으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 매입하기 어려워 정 회장 부자가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모듈·AS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법으로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이 분할합병 비율을 문제 삼으며 반대해 무산됐다. 현재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IPO 연기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조만간 다시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에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으로 인한 자금마련이 늦어졌을 뿐 큰 규모도 아니고 분납도 가능해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또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처럼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도, 정 회장이 기아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어떤 방식이든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