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 취임 4주년 특별연설서 "부동산 문제 가장 아쉬워"
"죽비 맞고 정신 번쩍… 기존 정책 재검토·보완할 것"
투기수요 차단·실수요자 보호 등 정책 기조는 그대로
당·정, LTV·DTI 완화 및 재산세 감면·종부세 기준 논의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정이 보완을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부담 완화가 향후 정책의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취임 내내 강조했던 ‘투기와의 전쟁’은 끝까지 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며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을 완결짓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어쨌든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거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까지 겹치면서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자세로 남은 1년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일부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투기수요 차단 및 실수요자 보호 등 그간 지켜온 정책 노선 방향은 달라질 수 없음을 재천명했다.

그는 “다만 우리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자는 것과 실수요자를 보호하자는 것, 그리고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인데 이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 기조를 지켜나가면서도 예를 들면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 때문에 실제로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에도 그것이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든지,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일부 수정은 불가피함을 재차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부분들은 지금 당·정·청 간에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바로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당·정·청 간에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부동산 정책 보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실수요자 부담 완화·투기수요 차단 ‘투 트랙’ 전략 유력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봤을 때 앞으로 나올 부동산 정책들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나 재산세 등을 완화·감면해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 해당 내용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올리거나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주택 가격 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해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는 고령자나 은퇴 계층 등을 위한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었던 당정의 행보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2·4 공급대책을 뒷받침하되 실수요자 대책을 보완하겠다”며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 LTV를 완화해 집을 사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핀셋으로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공급이 돼도 현금이 없는 이상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당 내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5선 김진표 의원을 임명하고 본격적인 부동산 정책 보완 절차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내내 공언한 ‘투기와의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 부분은 시장 안정과 더불어 정부가 부동산 민심을 잃게 만들었던 LH 땅 투기 의혹 사태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전쟁을 이끌 수장으로 노형욱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낙점하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부동산 비전문가이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노 후보자 발탁 이유에 대해 “지금 주택공급 방안을 차질 없이 지탱하고 불신의 대상이 된 국토부와 LH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누가 있을까 고심하면서 발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뿐더러 내부 개혁이 절실한 만큼 외부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는 관점이다. 이미 개혁 대상 중 하나인 LH에는 국세청 출신인 김현준 사장이 부임했다.

임명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노 후보자를 포함해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선 이번 재송부 요청이 사실상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정부 입장은 '마이 웨이'를 그대로 가면서도 공공재개발·재건축 등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대신 실수요자들이나 무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심을 반영해서 국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유세·양도세 인하, 종부세 기준 상향 등 조치가 이뤄졌으면 시장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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