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엔비디아, AI용 GPU 26만장 한국에 우선 공급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LG, ‘주권형 AI’ 구축 협력
정부, ‘피지컬 AI’ 개발 본격 추진…초국가적 AI 생태계 구축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이 본격적인 ‘AI 3대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정부와 국내 주요 기업들을 위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가 차원의 AI 역량 강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피지컬 AI’로 불리는 제조-소프트웨어 융합형 AI 혁신을 촉발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를 가동할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인프라 확충, 그리고 최근 앞서 체결된 블랙록·오픈AI와의 투자·기술협력 MOU 연결 여부 역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피지컬 AI’, 산업 경쟁력의 새 축

정부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AI와 제조현장을 결합한 ‘피지컬 AI’의 본격 개발에 나선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공장·물류·로봇 등 실제 생산 현장에서 인간과 같이 자율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AI 개념이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로봇 등 제조 기반이 강해 이 기술을 산업 전반에 실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고성능 GPU 인프라는 AI 모델 학습뿐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며 “AI와 산업이 결합된 피지컬 AI는 한국의 차세대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GPU 26만장 공급은 단순 납품 계약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도약을 위한 역사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장, 정부와 각 대기업이 5만장씩 배정받아 현재 국내 보유량의 5배가 넘는 GPU가 쏟아지게 됐다.​​

이는 초거대 언어모델(LLM)과 ‘피지컬 AI’(제조·모빌리티 등 현실 세계 접목형 AI)까지 투트랙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고 제조업 혁신과 특화 AI모델 구축 등 산업계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민관 ‘AI 동맹’, 주권형 AI 속도전

이번 GPU 공급 결정은 정부뿐 아니라 삼성, SK, 네이버, LG 등 주요 기업들이 함께 추진하는 민관 합동 ‘소버린(주권형) AI’ 구축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소버린 AI’는 특정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처리·모델 학습·서비스 운영을 모두 국내에서 자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현재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한국어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와 메모리 솔루션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이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LG그룹은 산업·의료 분야 AI 응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4대 기업이 함께 구축하는 AI 생태계는 데이터-학습-활용의 전 과정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AI 주권 체제’로 진화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엔비디아 협력을 계기로 ‘GPU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내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이 이 고성능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적 ‘AI 인프라’ 확보를 통해 글로벌 GPU 쟁탈전 속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GPU 수급 병목이 완화되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모델 개발 속도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블랙록·오픈AI MOU와 엔비디아 공급의 연계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구글·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GPU 인프라의 안정적 확보는 이러한 ‘AI 독점 구조’를 흔들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은 AI 학습 인프라에서 자급자족 가능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을 두고 “한국이 AI 국가 경쟁력의 3대 기둥인 반도체-데이터-연산 능력을 모두 확보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고성능 GPU 인프라와 제조 노하우가 결합되면 생산 공장 자동화·신소재 탐색·의료 AI 진단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반 국가를 넘어, 제조 강국에서 ‘AI 제조 강국’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번 협력은 정부가 공언한 ‘AI 3대 강국’ 비전 달성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PU 확보를 통한 인프라 자립, 피지컬 AI로의 산업 구조 혁신, 4대 기업 중심의 주권형 AI 생태계 확산이라는 3대 축이 맞물리며 국가적 성장 엔진이 새롭게 가동된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잇단 글로벌 투자 유치 행보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의 MOU,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투자·기술협력, 엔비디아와의 AI 동맹이 일종의 ‘패키지’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블랙록은 한국의 AI·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수십조원'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재생에너지와 송배전망·초대형 데이터센터 등 AI 컴퓨팅과 에너지 인프라를 한데 묶는 초대형 프로젝트 구상도 내놨다. 오픈AI는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전략 실행에서 구체적 파트너로 등장해 ‘지방’ 투자와 반도체 분야(삼성, SK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업을 추진한다.

결국 이 모든 글로벌 파트너십은 단일 건이 아닌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대 청사진 속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 GPU 공급이 AI 서비스와 제조 혁신의 불씨를 제공한다면, 블랙록과 오픈AI의 투자 및 기술협력은 그 불씨가 싹틀 컴퓨팅 인프라, 전력 및 에너지, 데이터센터 건설 등 ‘토양’을 제공하는 구조다.

즉 엔비디아와 체결된 공급·협력문서는 블랙록의 재생에너지·인프라 투자,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실행과 맞물려 한국이 글로벌 AI 허브, 아시아·태평양 ‘AI 수도’로 도약하는 핵심 연결고리로 작동하게 될 전망이다.

GPU 26만장 대규모 도입, AI 산업지형의 가파른 전환, 블랙록·오픈AI와의 투자·기술 협력이 맞물려 ‘초국가적 AI 전환 생태계’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GPU 공급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AI 주권을 둘러싼 글로벌 질서 속에 한국이 독자적인 위상을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원활히 이행된다면 향후 2~3년 내 한국의 AI 산업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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