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시장 지위 강화...HBM 공급 확대 박차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인공지능(AI) 붐이 지구촌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대규모 GPU 공급 계약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독보적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5년간 우리 정부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에 각각 GPU 5만장씩,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장 등 총 26만장을 공급한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의 ‘칩 브라더스(Chip brothers)’”라며 “HBM4(6세대)는 물론 HBM97까지 함께할 것”이라 밝히며 장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GPU 한 장에 평균 8개의 HBM이 탑재된다는 기준으로 단순계산 시 총 208만개의 HBM 수요가 발생한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HBM을 대량 양산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정도로 한정된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차세대 HBM4(6세대 HBM) 제품의 대량 공급을 목전에 두고 핵심 고객사와의 협의 및 품질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 삼성전자, HBM4로 ‘초격차’ 입증 눈앞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세계 최대 AI 칩셋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엄격한 품질 테스트 최종 관문을 통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는 이미 HBM4 양산 준비를 사실상 완료한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 한 해 HBM을 비롯한 D램, 낸드플래시 전 부문에서 ‘완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HBM4의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될 내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 판매량이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기반한다. 초거대 AI 모델 훈련과 추론 과정에 필수적인 HBM은 처리속도와 대역폭 모두에서 기존 D램 대비 월등하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AI 기업들이 차세대 칩에 HBM 탑재를 확장하면서 삼성전자의 HBM4도 공급 레이스 막바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 SK하이닉스, 고객사 선점 '승부수'
SK하이닉스는 삼성보다 한발 앞서 핵심 고객사와 HBM4 공급 협의를 이미 마쳤다. 업계에서는 후공정(첨단 TSV 공정 등)에서의 경쟁력, 연이은 HBM3·HBM3E 성공 경험이 SK하이닉스의 빠른 선점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이후 HBM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상회하면서 고부가 AI 메모리 부문의 ‘퍼스트 무버’ 자리를 굳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4 등 신제품 공급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글로벌 AI 팹리스 고객사에 연이어 샘플을 공급하고 있고 양산 체제로 전환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사 요구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와 AI 맞춤형 솔루션을 통해 메모리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 ‘AI 대투자’가 만들어낸 ‘완판’ 신화
양사 모두 HBM뿐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AI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 메모리 시장은 AI 인프라 고도화,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산, AI PC 등 신규 수요의 동시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호황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약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200억달러 초읽기에 들어간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AI 대형 투자=HBM 수요 폭증’이라는 공식이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HBM6, 신소재 적용 등 차세대 기술 개발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한동안 한국 반도체의 초격차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대축이 주도하는 HBM 경쟁은 ‘초격차’에서 ‘초치열’로 넘어간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SK하이닉스가 기술력에서 앞서며 독주해왔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면서 208만개 물량이 양사에 고르게 분배될 것”이라며 “일부는 이미 투입됐지만 상당수의 HBM이 앞으로 양사에 대규모로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양산,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 대규모 AI 인프라 수주까지 삼박자를 갖추면서, AI 인공지능 발전의 열쇠를 쥔 HBM 주도권을 놓고 펼쳐질 두 고래의 경쟁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