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중전회서 제15차 5개년 계획 발표...‘탈미국’ 전략 강화
내수침체·대외압박 이중고 속 첨단산업 중심의 돌파구 모색
지난 2019년 10월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모습. /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9년 10월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모습. / 연합뉴스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을 앞두고 중국이 향후 5년 간의 경제·사회 발전 청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은 이번 계획을 통해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경쟁에서 자립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은 23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폐막했다. 중국공산당은 공보를 통해 ‘국민경제·사회 발전 15차 5개년규획(계획) 제정에 관한 당 중앙의 건의’를 심의해 통과시켰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체회의에서 건의문을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20기 4중전회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될 ‘제15차 5개년 계획(十五五)’의 방향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자리였다. 통상 차기 5개년 계획은 5중전회에서 다루지만, 지난 3중전회가 예상보다 9개월 늦은 지난 7월에 열리면서 이번 4중전회로 의제가 넘어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폐막 직후 발표된 ‘공보(公报)’를 통해 주요 정책 방향이 공개됐다.

공보에 따르면 향후 5년의 핵심 방향으로 ▲고품질 발전 성과 ▲과학기술 자립자강의 대폭 향상 ▲전면적 개혁의 새로운 돌파 ▲사회 문명 수준 향상 ▲인민 생활 품질 향상 ▲아름다운 중국(生态文明) 건설 진전 ▲국가안전 체계 강화 등이 제시됐다.

또한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종합국력과 국제영향력을 크게 높여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할 것이라는 목표도 함께 제시됐다. 세부적인 내용은 내년 3월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내수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불확실성이 산재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제15차 5개년 계획은 미국과의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중국이 장기적인 야망을 실현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서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됐다.

최근 미국이 중국 반도체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블랙리스크를 확대하고 중국이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세 자릿수 관세 부과와 항공기 부품 공급 중단까지 시사하면서 갈등의 수위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은 공보를 통해 “고수준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상생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한다”며 “‘제도형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다자무역체제(WTO 중심)’를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전략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 ‘국제 규범 준수’와 ‘다자주의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또한 ‘자주적 개방’을 강화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일대일로’를 통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남미 등으로 무역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내수 진작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공보는 ‘강력한 국내시장 건설과 신발전구도 가속화’를 제시하며 ‘내수중심’ 전략을 재확인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투자제한으로 수출 의존형 성장의 한계를 체감한 중국은 소비 진작과 투자 확대를 통해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외부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자립자강’은 이번 공보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공보는 “핵심기술 공략과 첨단산업 육성을 가속화해 새로운 생산력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AI(인공지능)·항공우주 통제 조치에 대한 중국식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AI·양자기술·항공우주 등을 전략 신흥사업을 중심으로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중앙위원이자 과학기술부 부장 인허쥔은 “‘15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우리는 새로운 산업혁명과 기술변화의 역사적 기회를 단단히 잡고, 핵심기술 자립과 혁신 역량을 강화해 과학기술 강국 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보를 통해 “‘15차 5개년 계획’은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를 다지고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시기”라며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중국은 제도·시장·인재 측면의 뚜렷한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전문가는 이번 공보에서 기술·시장·군사·생태·내수 등 전방위 분야에서의 ‘자립 능력 강화’가 중국식 현대화의 주축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번 계획이 중국의 ‘탈미국’ 구조전환을 공식화한 신호라고도 분석했다.

한편 중국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24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미국 측과 경제·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미중 무역협상의 향방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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