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시장 의존도 줄여...해외 부동산 투자로 글로벌 판로 재구축
전자상거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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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의 해외 전자상거래(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업계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제2의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시장 전략을 수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것을 생존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및 물류기업들은 최대 소비시장이었던 미국의 관세 조치로 물류비 상승, 시장 불확실성 심화, 공급망 악화 등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으며 제조업체의 공급망과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유럽, 신흥시장 등으로의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중국·홍콩발 모든 수입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공식 폐지하며 해당 지역발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정식 수입신고와 관세부과가 의무화한 상태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과거 미국 시장으로 매일 최대 400만건의 소액 물품을 발송했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24년까지 미국은 중국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량의 36.2%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Temu) 역시 관세의 영향을 받아 미국 소비자들이 테무 제품 구매 시 130~150%의 수입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됐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이커머스의 눈은 미국 너머를 향하고 있다. 이중 유럽은 시장 규모 측면에서 미국과 비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체 시장 중 하나이며, 전자상거래 인프라도 비교적 성숙돼 있다는 점이 중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및 물류 기업들은 북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유럽으로의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징동닷컴 본사 / 징동닷컴 제공
중국 베이징 징동닷컴 본사 / 징동닷컴 제공

'중국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징둥닷컴(JD.com)은 지난 7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에 참여해 유럽 시장으로의 공식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독일의 최대 가전유통기업 세코노미(CECONOMY) 인수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세코노미 지분을 22억유로(약 3조5829억원)에 공개 매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징둥닷컴은 현재 영국 전역에 약 2만5300평(90만제곱피트)의 공간을 임대해 영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징동닷컴이 올해 초 해외 전용 플랫폼 조이바이(joybuy)를 영국에 정식 출시하면서 유럽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행보로 분석된다. 징동닷컴은 밀턴 케인스(Milton Keynes)에 사무실을 확보했으며 코번트리(Coventry)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 부동산 매체 코스타(Costar)는 올해 중국 기업들이 영국에서 200만제곱피트 이상의 공간을 차지했으며, 이는 2021년 팬데믹으로 중국의 유럽 진출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6만4600평(230만제곱피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대륙 전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임대인들은 중국 기업들의 문의가 증가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물류·부동산 투자업체 GLP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은 지난 5년간 영국,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전역의 약 12만1000평(40만제곱미터)의 부지를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GLP는 올해 초 “현재의 무역 상황으로 인해 유럽은 더욱 경쟁력 있는 목적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의 물류전문업체 CTP에 따르면, 아시아 제조업체 임차인들은 통상 자사 임대활동에서 10%를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 6월까지 18개월 동안에는 그 비중이 20%로 증가했다. 이에 CTP의 투자자 관계 및 자본시장 책임자인 마르텐 오테(Maarten Otte)는 아시아 임차인 중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언급하며, 중국 임차인들의 관심이 4~5년 전 처음으로 증가했으며,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창고 / 중국 현지 매체 제공
중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창고 / 중국 현지 매체 제공

◆“유럽 넘어 신흥 시장으로”...공급망 다각화 및 유연성 확보 강조

중국 현지에서는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판로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는 전년 대비 10.8% 증가한 2조6300억위안(약 514조1124억원)을 기록했다.

현지 과학혁신판일보(科创板日报)에 따르면, 많은 중국 업체들은 불안정한 미국 전자상거래 환경으로 인해 많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멕시코 시장을 선택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업체들에게 유럽 시장은 좋은 기회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멕시코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신규 시장 진출 기업이나 위험 감수성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은 멕시코와 같은 신규 시장 진출은 당분간 피하고 성숙하고 검증된 시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탕청홀딩그룹(Tangcheng Holding Group)의 북중국 해외사업부 사업매니저 마샨카이(Ma Shankai)는 “현재 국경 간 전자상거래 판매자들은 관세 조정 및 정책 변화와 같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며 시장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다각화된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분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공급망의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계획, 조직 구조, 디지털 인프라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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