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도 시범 운항 예정, 북극항로 둘러싼 패권 경쟁 심화 전망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빙하 해빙 가속화로 전략적 가치 높은 북극항로가 세계 각국의 새로운 경쟁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와 ‘빙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중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컨테이너를 포함한 북극해 운항은 러시아와 중국 양국 간에 재편됐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로, 기존의 수에즈 운하 경유보다 훨씬 짧은 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10일 노르웨이 노드대 북극물류센터(CHNL) 분석에 따르면, 북극항로 운송은 주로 양국 간의 경제적 유대 관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CHNL에 의하면, 올해 6월부터 8월 말까지 선박 52척이 130만톤(t) 화물을 운반하며 작년 동기(48회) 대비 증가했다. 대부분 러시아와 중국 간 운송이었으나 일부는 한국을 향했다.
이 항로의 주요 운송화물은 천연자원과 컨테이너였다. CHNL에 따르면, 원유 약 550만배럴을 실은 13척의 유조선이 해당 항로를 통과했다. 그중 바렌츠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이 출항했는데, 해당 선박은 노르웨이 북동쪽 해역에서 중국 구매자에게로 운송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제재 대상 선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극해 컨테이너 운송량도 꾸준히 증가했으며, 8월 말까지 15만t을 운송한 10척이 운항했다. 주로 러시아-중국 항만 간 연결이었고, 한여름철에는 비빙해 등급 선박도 통과가 가능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공조는 명확하다. 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서방 제재로 러시아는 수출에 차질을 겪자, 북극항로를 주요 대체 수출항로로 주목했다. 중국에게도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환인 북극해를 경유하는 ‘빙상 실크로드(Polar Slik Road)’ 구축을 위해 북극 지역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만큼 양국은 실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5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북극항로를 ‘북극횡단 운송 회랑(Trans Arctic Transport Corridor)’으로 확장했다.
이는 북극항로를 시베리아·러시아 극동지역의 철도·도로·내륙수로 등 내륙 운송망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거대한 복합 물류 네트워크로 구축하려는 전략적 구상이다. 이에 러시아는 북극항로용 쇄빙 벌크선·LNG 운반선·원자력 쇄빙선 등 특수 선박 생산을 위한 현대식 조선소 건립과 시베리아·우랄 자원의 북극항로 직접 연결 계획이 추진될 예정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쇄빙선과 고빙급 수송선 150척 이상을 건조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극동 지역의 개발이 러시아와 중국 협력의 새로운 성장점이 되었다”며, 북극 지역 협력 논의와 가스·석유 분야 상호 이익을 강조했다.
중국 또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극항로로 진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신해운(NewNew Shipping)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Rosatom)과 협정을 체결해 북극해 항로에서 연중 운항이 가능한 선단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협정에는 최초의 ARC7급 극지 컨테이너선 5척 건조 계획이 포함됐으며, 첫 번째 선박은 2027년에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20일 중국 하이지에해운(Haijie Shipping)은 북극을 경유하는 최초의 컨테이너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유럽 북극 특급(China-Europe Arctic Express)’ 서비스로 명명된 이 노선은 중국 칭다오에서 출항해 상하이, 닝보저우산항을 거쳐 영국 최대 컨테이너항인 펠릭스토우항을 연결하고 이후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경유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닝보저우산항에서 펠릭스토우항까지 18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이지에해운에 따르면 해당 노선의 첫 항해는 이미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극항로의 항해 기간은 7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로 제한되어 있어 올해는 한 차례만 운항된다.
송웨이 베이징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해 북극항로와 ‘일대일로’ 공동 건설의 깊이 있는 연결을 실현했다”며 “중국은 기존 항로를 기반으로 북극 해상 운송 항로를 더욱 다각화하고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또한 쇄빙선 15척을 구매하는 등 북극항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인도와 일본 또한 북극 정책을 수립한 만큼, 북극에서의 패권 경쟁은 점차 격화될 전망이다.
북극항로 개방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한국 또한 이 패권 전쟁에 참전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북극항로 시대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삼았고, 해양수산부는 내년 북극항로 개척 예산에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10년 만에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내년에 북극항로에 시범운항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 내 북극항로 업무 전담조직을 연내 신설해 관련 부처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수 기자 gangshu@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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