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칩 수출 봉쇄 후, 국산 칩·모델 동반 급성장...1년 만에 점유율 42%
중국이 서방 기술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독자적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며 급속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 / 셔터스톡(Shutterstock) 제공
중국이 서방 기술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독자적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며 급속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 / 셔터스톡(Shutterstock)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중국이 서방 기술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독자적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하며 급속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AI 경쟁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기존 글로벌 기술질서에 변화를 예고하며 차세대 AI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실질적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시행 중인 대중(對中)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는 엔비디아(NVIDIA)를 비롯한 서방 기업의 중국 시장 기반을 약화시켰다.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은 최근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중국 기업들의 국가적 보조금·에너지 지원 정책이 ‘엔비디아 AI칩 대체품’을 훨씬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중국 AI 시장은 서방 기업의 이탈 이후 국산 AI·GPU칩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부상하며 신규 투자·기술 개발의 집중지로 떠올랐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국산 AI 칩 매출은 2024년 약 60억달러에서 올해 160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시장 점유율 또한 29%에서 42%로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AI 산업이 투자 규모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모델들의 성능이 미국 수준의 약 90%에 달하는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Alibaba)·바이두(Baidu)·텐센트(Tencent)·바이트댄스(ByteDance)를 비롯해 중국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의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총 자본 지출(Capex)은 약 1250억달러로,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Meta) 등 미국 경쟁사들의 6940억달러(약 1017조4040억원) 대비 82% 적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 AI 스타트업 미니맥스(MiniMax)가 지난달 공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M2는 당시 높은 성능을 보이던 오픈AI(OpenAI)의 GPT-5 기반 ‘코덱스(Codex) High’ 성능의 90%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중국 주요 AI 모델의 ‘프론티어 리스크(Frontier Risks)’가 미국 모델과 근접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프론티어 리스크’는 AI가 초고도화 단계에 도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안보·사회·문명적 위험 요소를 의미한다.

중국 AI 안전전문 컨설팅회사인 콩코르디아 AI(Concordia AI)에 따르면, 최근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AI 모델들의 기능이 발전하면서 악의적인 행위자에 의해 공공안전과 사회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딥시크의 RI 모델은 사이버 공격 위험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제퍼리스는 그 배경으로 “중국은 연산 규모보다는 모델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전문가 혼합(MoE)·추론 최적화 아키텍처·저비용 GPU 분산 운용 전략 등을 활용해 동일 성능 대비 비용·GPU 등 자원 소모량을 절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차세대 AI 모델 ‘Qwen3’은 스탠퍼드 대학교 인공지능 연구소의 ‘2025 AI 지수 보고서’ 중 모델 기여도 부문에서 세계 3위에 올랐으며 기술 업계뿐만 아니라 BMW·지멘스(SIEMENS)·스타벅스·로레알·스탠다드차타드·루이비통 등 글로벌 기업들도 실제 업무 환경에 Qwen 기반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알리바바의 Qwen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OpenAI보다 더 우수하고 저렴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딥시크는 학습·추론 효율성 개선을 기반으로 올해 말 API 가격을 62% 인하해 중국 AI API 가격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재편했다. 제퍼리스는 2025~2030년 중국 AI 자본지출이 8% 증가해 약 884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이 여전히 성과 면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의 AI 부문은 ‘훨씬 더 효율적인’ 투자를 보여주고 있으며, 훨씬 적은 자본 지출로 거의 동등한 지능 점수를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계 금융사 유니온 방카르 프리비(UBP)의 베이 센 링 전무이사는 “중국은 자국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속도로 AI를 개발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변덕스럽게 제한될 수 있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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