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USTR, 對中 견제 카드 입항 수수료 ‘속빈 강정’
글로벌 선주사·코스코 가격 경쟁력 높은 中 선호
韓·日 대비 여유 있는 도크...납기 측면 경쟁우위
국가 주도 친환경선 기술 개발·수주 공유도 한몫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 산하 조선소에서 글로벌 1위 선사 MSC가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CSSC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 산하 조선소에서 글로벌 1위 선사 MSC가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CSSC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당국이 세계 해운·조선 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입항 수수료’와 같은 정책을 시행했지만 유럽·아시아 주요 선주사들은 이를 비웃듯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꾸준히 신조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글로벌 선주사들이 미국의 엄포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은 가격 경쟁력과 한국, 일본에 비해 여유 있는 건조 능력, 친환경 선박을 포함해 일취월장하는 기술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이 운항 선대에 포함된 선사(국적 불문) ▲중국 조선소에 신조선 발주를 50% 이상 맡긴 선사(전세계)의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공고문을 관보에 게재했다.

중국산 선박의 미국 입항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자 4월부터 일부 선주사들은 신조선 발주 행선지를 한국으로 돌렸다. 이 시기 국내 조선 3사는 유럽, 미국 지역 선주사들로부터 일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을 수주하거나 최종 계약 체결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4월 17일 USTR이 발표한 수수료 부과 대상은 중국 선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전세계),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운반선에 한정됐다. 발표 전 알려진 부과 방안과 액수도 예상보다 약했다.

실제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4월 중국의 수주량은 31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같은 기간 129만CGT를 기록한 한국을 훨씬 능가했다. 5월 중국은 99만CGT로 다소 부진한 수주량을 보였지만 25만CGT를 수주한 한국보다 4배 가까이 많은 배를 글로벌 선주사들로부터 주문받았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정기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지난 7월 중국 헝리중공업, 저우산 창홍조선, 차이나머천츠그룹(China Merchants Group) 산하 조선소에 2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0척을 분산 발주했다.

프랑스의 정기 선사 CMA CGM도 중국 조선소와의 거래 관계를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다. CMA CGM은 지난달 말 중국 CSSC 산하 다롄조선중공업(DSIC)과 2만2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아시아 선주와 운항 선사 역시 중국 조선소의 중요한 고객 중 하나다.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주사인 이스턴 패시픽 쉬핑(EPS)은 지난달 중국 마웨이조선에 18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의 발주를 확정지었고 동형선 6척에 대한 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국영선사 코스코(COSCO)도 최근 자국 조선소 여러 곳에 21만DWT(재화중량톤수)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9000DWT급 아스팔트 운반선 등 비(非)컨테이너선 14척을 발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신조 발주된 컨테이너선이 40척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중국조선소에 발주됐다”라며 “CMA CGM, MSC 등 유럽 선사들은 물론 코스코, SITC 같은 중국 선사들도 자국 조선소에 신규 일감을 많이 맡기고 있어 미국 USTR의 입항 수수료 같은 제재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선주사들이 중국에 지속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이유는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CMA CGM은 올해 초 HD현대중공업에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척당 2억1500만달러, 총 25억8000만달러에 발주했다. 이와 동시에 CSSC 산하 장난조선에는 동형선 12척을 척당 2억800만달러, 총 24억9600만달러에 발주한 바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한국과 중국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지만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탱커(유조선)는 선가가 대략 20% 차이가 난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한·중 조선소의 잔고 내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CGT 기준으로 환산한 선가를 비교했을 때 중국의 수주 선가가 선종별로 8%에서 23%까지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의 조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건조 능력(Capacity)도 납기 측면에서 중국이 글로벌 선주사들로부터 쉽게 선택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총 25억달러 규모의 1만4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최대 14척의 발주와 관련 현재 국제입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에버그린은 한국과 중국, 일본 주요 조선소에 얼마나 빠른 시기에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 일본 조선소들은 수주잔량이 많아 납기를 2028년까지로 제시한 에버그린의 요구를 수용할 만한 도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조선소들은 설비 투자 및 건조 능력 확대를 계속 추진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선사를 상대로 공격적인 수주 영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도크를 닫았다가 수요에 따라 금방 (도크를) 다시 열고 건조 준비를 하는데 능숙한 중국인 만큼 글로벌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 및 납기와 맞물려 국내 조선사가 입을 후폭풍이 얼마나 오래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를 암모니아 추진 선박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조선 기업인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는 지난해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3개 선종을 모두 세계 최초로 수주했다. CSSC 산하 중국 1·2위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관련 연구기관을 합치면 15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친환경 선박 개발은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모든 연구·개발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가 전국 조선소에 공유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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