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선3사 현재까지 탱커 46척 수주...작년 26척 상회
기존 주력 선종 LNG선 수주 63.6% 감소...18척 그쳐
탱커 운임·용선료 상승...유럽 선사 脫중국 발주 한몫
中·베트남·필리핀서 탱커 건조...원가 절감·효율성 ↑
SK해운의 원유운반선./연합뉴스
SK해운의 원유운반선./연합뉴스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그간 수주 영업에 다소 비중을 두지 않았던 탱커(원유운반선) 선종의 올해 수주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조선3사의 영업 기조였던 ‘고부가가치선 위주 선별 수주’의 대명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신조 발주가 올해 초부터 급감한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탱커를 수주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생산 거점에서의 건조를 통한 원가 개선, 작업 효율화 추구의 결과물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3사는 이달 누적 기준 총 46척의 탱커(원유운반선)를 수주했다. 이는 2024년 연간 조선 3사 전체 탱커 수주실적인 26척을 일찌감치 넘어선 수치다.

탱커 수주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지난해 5척에 불과했던 수주량이 올들어 현재까지 4배 늘어난 20척(셔틀탱커 9척 포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의 탱커 수주량은 8척에서 12척으로 상승했다. 올해 한화오션이 수주한 탱커는 모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탱커 수주량(14척)은 전년(13척) 대비 소폭 늘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조선3사는 탱커를 비주력 선종으로 분류해 수주영업에서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에 밀려 후순위로 뒤처졌다.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선가가 저렴해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실제 31만5000~32만DWT(재화중량톤수)급 VLCC의 신조 선가는 지난달 기준 1억2600만달러에 형성돼 있다. 같은 기간 17만4000㎥급 LNG운반선은 2억4800만달러로 VLCC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선가를 보이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의 선가 차이는 더 벌어진다. 10월 기준 2만2000~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 선가는 LNG운반선보다 높은 2억665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탱커의 수주량이 늘어난 이유는 조선3사의 주력 선종인 LNG운반선의 시황 악화가 우선 거론된다. 실제 조선3사의 올해 3분기 누계 LNG운반선의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6% 감소한 18척, 14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수주량(50척)을 따라잡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탱커의 신조 발주는 올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탱커의 운임과 용선료는 상반기 석유 수요 부진에 따라 하락했지만 지난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완화 정책 영향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OPEC+의 감산 완화 조치로 중동발 아시아향 원유 운송에 많이 투입되는 VLCC의 용선료는 2분기부터 상승했고 이러한 추세가 확산돼 수에즈막스급 탱커의 용선료도 3분기에 급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31만DWT급 VLCC의 1년 정기용선료는 올해 1분기 소폭 하락했으나 2분기 들어 반등한 후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3분기 평균 하루 용선료가 4만3365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탱커 선주사들이 중국에 치중해 온 신조선 발주를 한국으로 돌린 영향도 올해 조선 3사 탱커 수주 증가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이 지난 4월 3784억원에 수주한 VLCC 2척의 실제 발주처인 그리스 선사 캐피탈은 지난 수년간 VLCC를 포함해 수에즈막스급 탱커, 아프라막스급 탱커 발주 시 중국조선소를 선호해 왔다.

한화오션에 VLCC를 발주한 시기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조선·해운 견제 정책인 ‘입항 수수료’ 시행을 예고한 때와 맞물리며 캐피탈을 비롯한 유럽 소재 탱커 선주사들이 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를 의식했고 어부지리로 조선 3사가 수혜를 봤다는 설명이다.

조선3사는 중국과의 건조 원가 전쟁에서 감당이 어려워 사실상 수주를 포기한 VLCC 이하의 원유운반선(수에즈막스·아프라막스 탱커)과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탱커) 등 수주 선종을 다변화함과 동시에 이들 선종을 해외 생산 거점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탱커 건조를 중국 조선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라이베리아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3척도 베트남 소재 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했다.

거제조선소를 LNG운반선, 친환경 컨테이너선, F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중심으로 특화시키고 원유운반선은 설계와 주요 장비 구매·조달은 삼성중공업이 수행하고 전선(全船) 건조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국내 조선소(협력사)에 하청을 맡기는 방식으로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과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일부 부지에 대한 임차계약을 체결해 최근 자사의 두 번째 해외조선소로 출범시켰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9월 HD현대필리핀조선소에서 11만5000톤급 PC탱커의 건조를 위한 강재절단식을 가졌다. 이 선박은 HD현대필리핀조선소가 건조하는 첫 선박으로 지난해 12월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총 4척의 시리즈선 중 1호선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소들이 벌크선과 탱커(유조선) 등 일반상선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HD현대필리핀조선소가 이 분야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장을 되찾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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