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규 수주량 주춤...인도량 밑돌아 오더북 소폭 감소세
“LNG선 의존도 심화...컨선·탱커 시장 내 경쟁력 강화 필요”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중국 조선소의 전세계 컨테이너선, 탱커(유조선) 신조 발주 물량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매섭다. 이는 중국의 수주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며 한국 조선소와의 격차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주 점유율 증가는 중국의 수주잔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고 반대로 한국의 수주잔량은 차츰 감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3월 한국의 수주잔량은 361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23%)로 전년동기 대비 301만CGT 줄었다. 반면 중국은 9397만CGT(59%)로 집계돼 2476만CGT 늘었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50만CGT(58척)로 전월 발주량인 377만CGT 대비 60% 감소했다. 2024년 3월(513만CGT)과 비교하면 무려 71%나 줄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전체의 55%인 82만CGT(17척), 중국은 35%인 52만CGT(31척)를 수주했다. 척당 CGT는 한국이 4만8000CGT, 중국은 1만7000CGT로 집계됐다. 척당 CGT는 한국이 중국보다 2.8배 높은 수치다. 한국이 중국보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했다는 뜻이다.
1분기 전세계 발주량은 779만CGT(234척)로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중 한국의 수주량은 209만CGT(40척·27%), 중국은 380만CGT(139척·49%)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55%, 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3월 한국의 수주량이 82만CGT로 중국의 52만CGT보다 앞서고 있지만 같은 기간 전 세계적으로 선박 수주량이 150만CGT로 저조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신규 선박의 발주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의미다.
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한국과 중국 조선소가 각각 안정적으로 수주 영업과 건조에 전념할 수 있는 월간 수주량 마지노선인 300만CGT 밑으로 주저앉았다.
한국과 중국 조선소 간 점유율 격차는 수수잔량(오더북)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3월 전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152만CGT 증가한 1억5957만CGT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의 오더북 3612만CGT는 2월 대비 57만CGT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국은 199만CGT 늘어난 9397만CGT를 기록했다.
2024년 중국은 전년 대비 58%의 수주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9% 증가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신조 발주된 컨테이너선, 탱커 등 상선의 대부분을 중국 조선소가 수주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작년 선박의 신조 발주가 중국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컨테이너선과 탱커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나이스신용평가 박현준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년만 해도 중국은 건조 기술력이 부족해 높은 기술 난이도를 요하지 않는 벌크선 위주의 선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종에서 한국 대비 점유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선종별 시장 규모(수주금액 기준)는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탱커 순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이들 세 선종 중 LNG선을 제외한 2개 선종(컨테이너선·탱커)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72%, 탱커도 7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2024년 이후 중국의 수주잔량 증가율은 더욱 가팔라졌으나 한국은 같은 기간 수주량이 인도량을 밑돌면서 오더북이 소폭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4년 국내 조선소의 신규 수주량은 1억1000만CGT로 집계돼 글로벌 신조 시장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9%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작년 글로벌 신조 수요를 주도한 컨테이너선과 탱커 시장에서 중국 대비 수주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조선소의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점유율은 22.6%로 72.2%를 보인 중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소의 LNG선 수주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해 새로운 LNG선 수주 모멘텀 또는 컨테이너선·탱커 시장 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3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2월(188.36)보다 0.93포인트 떨어진 187.43으로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 동기(183.17)와 견줬을 때 2.3%, 5년 전인 2020년 3월의 129.4보다 45% 상승한 수치다.
선종별 선가는 ▲17만4000㎥급 LNG운반선이 2억5500만달러 ▲32만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억2500만달러 ▲2만2000~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억7400만달러에 형성돼 3개 선종 모두 전월 대비 100만달러씩 하락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