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도 다른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돼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배당확대·투자촉진 근거 없어
세제 인센티브-자사주소각 정책 충돌 우려"
| 한스경제=김현경 기자 | 주식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배당 활성화에 실효성이 부족하고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조세 분야 세계 석학인 레우벤 아비요나(Reuven Avi-Yonah)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제 인센티브만으로 배당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며 정책 효과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이재명 정부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아비요나 교수가 국내 언론에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비요나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진행됐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본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해 생산적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특히 고세율 구조로 억제된 기업 배당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금융소득 과세는 2000만원 이하만 14% 분리과세되고, 초과분은 종합과세(최대 45%)되지만, 새로 도입되는 안은 일부 고액 배당자 세율을 낮춰 부분적 감세 효과를 갖는다.
이에 대해 아비요나 교수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가 "명백히 역진적"이라며 일부 고액 주주에게 실질적 세금 감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분리과세 자체에는 찬성하되, 배당 비과세나 통합 과세엔 선을 그었다. 그는 "개편안이 실제 배당 확대를 유의미하게 유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경영진은 언제나 이익을 유보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 미국에서 시행한 고용·성장조세감면법(JGTRRA)을 근거로 "배당소득세율을 35%에서 15%로 낮췄지만, 배당이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국제학술지 '국제 조세 및 공공 재정(International Tax and Public Finance)'에 게재된 그의 논문 '국제적 통합의 함정: 부시 행정부의 제안과 그 여파에 대한 논평(The Pitfalls of International Integration: A Comment on the Bush Proposal and its Aftermath)'에서도 분석된 바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 수는 증가했지만, 이러한 추세는 JGTRRA 법 시행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며, 그 증가가 세금 감면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아비요나 교수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했다가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자본소득 과세를 줄이려는 움직임처럼 보인다"며 "개인은 기업보다 이동성이 낮으므로 자본소득 과세가 불평등 완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본소득세 완화가 투자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도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본소득세 인하가 실제 투자를 촉진한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으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으나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위 1%는 일반적으로 세금을 충분히 내지 않기 때문에 재정지속가능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본소득세를 완화하면 향후 10~20년간 공공재정과 복지제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비요나 교수는 특히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이 모두 낮아지는 일이 있더라도 두 세율 격차가 지나치게 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이득을 다른 소득과 다르게 과세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세율 또한 동일해야 한다"며 미국이 1986~1991년 자본이득을 다른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한 사례를 들어 형평성과 과세 간소성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보한 것에 대해서도 "형평성과 효율성 모두의 측면에서 볼 때 금융소득도 다른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돼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해외소득에 대한 과세 면제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비요나 교수는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정책 신호가 충돌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비요나 교수는 이에 "정책 신호가 상충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Meta, 구 페이스북)의 사례를 들며, 2024년 처음 배당을 실시하면서 500억달러 규모 자사주 환매(매입)를 병행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환매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세금 부담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배당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22년부터 자사주 환매에 1% 세금이 부과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환매를 지속하면서 배당도 확대하고 있다.
아비요나 교수는 이를 두고 정책 방향과 과세 체계가 일관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 조합을 선택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레우벤 아비요나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국제조세·국제법 전문가로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 재무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 경쟁 관련 자문을 맡았으며, 미국법학회 회원이자 미국변호사재단과 미국세무대학 펠로우, 옥스퍼드 대학교 기업세무센터 국제 연구 펠로우로 활동 중이다. 하버드대와 보스턴대에서 강의했으며, 뉴욕과 보스턴의 주요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현경 기자 khk@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