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화·흥국생명, 이지스 인수전 숏리스트 올라...본업 부진·운용 수익 구조 전환
자산운용사 인수로 '이지스자산운용+계열사' 통한 그룹 시너지 강화
 (왼쪽부터) 한화생명 본사인 63빌딩 외관, 흥국생명 사옥. 사진/각 사
 (왼쪽부터) 한화생명 본사인 63빌딩 외관, 흥국생명 사옥. 사진/각 사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며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의 구조적 침체 속에 보험 본업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지자 운용수익 기반의 수익 구조 다변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 중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비롯해 복수의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인수 적격 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대상은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12.4%)와 주요 재무적 투자자(FI) 지분를 비롯해 총 66%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100% 지분 기준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보험 본업만으론 한계"…운용수익 중심 구조 전환 가속

업계에서는 외국계 FI가 숏리스트에 포함됐음에도 불구 최종 경쟁은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간의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주목하는 배경은 생명보험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인한 성장 정체에 있다. 전통 보험상품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이번 인수전을 보고 있다. 

이에 양사는 실적 부진과 보장성 상품 시장 위축, 저금리 환경 등 악재 속에서 운용수익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으로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교보생명에 내줬다. 한화생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6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8%가 감소했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은 3979억원, 2141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25.9%와 12.0%가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교보생명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5824억원으로 5.4%가 감소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3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6%가 증가했다. 같은기간 보험손익은 5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3.1%가 감소했다. 다만 투자손익은 660억원으로 지난해(312억원) 대비 111.1%가 증가하며 이를 만회했다.

흥국생명도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순이익이 164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4.1%가 감소하는 등 여전히 실적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2025년 5월말 기준 흥국생명, 한화생명 운용자산이익률. 그래프=이지영 기자
 2025년 5월말 기준 흥국생명, 한화생명 운용자산이익률. 그래프=이지영 기자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화생명은 3.2%로 평균을 밑돌았고 흥국생명은 4.2%를 기록하며 이를 웃돌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도 한화생명은 3.2%에 머물며 여전히 22개 국내 생명보험사 평균(약 3.3%)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4.2%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흥국생명 역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 부담 적고 효과 커...'이지스자산운용·계열사 통합' 시너지 기대

두 생보사 모두 실적 개선보다는 자산운용 중심의 수익 구조 전환과 대체투자 부문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의 올해 2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CIS)은 160.6%로 금융당국의 최소 기준인 130%를 웃돌지만, 운용 여력 측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흥국생명은 올해 2분기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이 208.3%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으나, 경과조치 미적용 시에는 159.2%에 그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인수는 일반 금융사 인수와 달리 자본 소모가 매우 제한적이다. 현행 규정상 보험사가 2종 금융투자업자인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경우, 요구자본은 해당 운용사의 최소영업자본액만 반영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6월 기준 최소영업자본액은 약 394억원으로 인수 이후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K-ICS는 각각 0.5%p와 2.5%p 하락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인수대금만 마련하면 되는 구조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8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66% 지분 확보 시 약 545억원의 지배지분 순이익이 발생한다. 이는 보험사들이 직접 운용 성과를 수익으로 반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펀드 수탁고가 27조원으로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의 14.5%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계 1위 대체자산운용사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이익은 478억원, 3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41.1%와 275.9%가 증가했다.

두 생보사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계열사와의 통합 시너지 극대화도 노릴 수 있다. 

한화생명은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전통자산은 물론 대체투자 자산까지 폭넓게 운용하고 있다. 이밖에 한화리츠, 한화에셋매니지먼트, DP리얼에셋아메리카 등 다양한 자산운용 계열사를 보유해 리츠, 부동산 투자라인업을 갖췄다. 여기에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더해질 경우, 전통 자산부터 대체투자와 리츠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운용 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취임한 이후, 해외 금융사 인수를 포함한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7월 미국 증권사 'Velocity Clearing, LLC'(벨로시티)의 지분 75% 인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6월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확보해 현지 보험업뿐 아니라 은행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다각화에 나섰다.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추진 역시 이러한 종합금융그룹 구축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흥국생명의 모회사인 태광그룹은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HK금융파트너스, 고려·예가람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흥국생명은 흥국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흥국리츠운용을 신설했다. 여기에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부동산·대체투자 중심의 전문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리스크 관리의 핵심 과제로 삼으며 계열 운용사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운용자산이익률 제고, 통합 자산운용 체계 구축 등이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며,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모두 리츠 운용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부동산 및 대체투자 부문에서 그룹 간의 시너지도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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