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상반기 생보사 신계약 증가…방카슈랑스, GA·전속설계사 채널 앞질러
'25%, 룰' 완화 후 고금리 보장성 상품 중심 판매 급증…생보사간 경쟁 격화
생명보험시장에서 방카슈랑스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쳇 gpt
생명보험시장에서 방카슈랑스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쳇 gpt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보장성 상품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방카슈랑스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25% 룰'을 완화하고 금리 인하,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가 맞물리며 보험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8일 업계 따르면,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이 252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로 보험 판매 채널로서의 은행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수수료 증가는 올 상반기 생보사의 신계약 보험료 증가를 이끈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속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등 주요 전통 채널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반면 은행을 통한 판매는 뚜렷한 성장세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생명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신계약 보험료는 79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장성 보험은 6719억원에 저축성 보험은 127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1%와 2.9%가 늘었다. 

특히 GA 채널의 신계약 보험료는 40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 가운데 보장성 보험료는 3410억원으로 5.9% 줄었으며 저축성 보험료는 643억원으로 45.1%가 급감했다.  전속 설계사 신계약 보험료는 19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4%가 줄었다. 보장성 보험료는 1876억원으로 1.8% 감소했으며 저축성 보험료는 84억원으로 16% 감소했다. 

반면 방카슈랑스를 통한 신계약 보험료는 1455억원으로 25.2%가 증가했다. 특히 보장성 보험은 105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 저축성 보험은 402억원으로 33.2%가 감소했다.

이에 방카슈랑스 채널의 성격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저축성 상품 위주였던 구조에서 벗어나 최근엔 보장성 보험 판매가 급증하면서 달러 연금보험이나 체증형 사망보험금 구조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아직 전체 비중은 20%를 밑돌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GA나 전속 설계사 채널을 크게 앞지르며 보험 유통 채널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규제 완화가 크게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방카슈랑스 25% 룰을 완화하며 은행의 상품 판매 제약을 크게 낮췄다. 이에 시중은행은  개정된 제도에 따라 생명보험사의 상품을 최대 33%, 손해보험사 상품은 최대 75%까지 특정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은행창구에서 자사 계열 보험사의 전략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상품 구성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연이어 고환급형 보장성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납입기간은 5~10년으로 짧지만 환급률은 120% 이상에 달하는 고환급형 보장성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 상품은 보장 기능과 저축 기능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 중이다.

여기에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도 방카슈랑스 확대에 일조했다. 시중은행들은 ELS 판매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면서 대체 비이자수익원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연금보험이나 보장성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니어 고객층을 겨냥한 맞춤형 판매 전략을 통해 성장세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은행 계열 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농협·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인 재해보장형 통합보험 'NH모두안심재해보험, '심플한NH재해보험' 외에 통합건강 보험 등 3종 상품을  선보였다.  ABL생명 역시  방카슈랑스 전용 신상품인  '(무)더나은ABL안심보험(해약환급금 일부지급형)'을 선보였다.

신한라이프는 외화보험의 환율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개발한 '지정환율설정 연금지급특약'이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특히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변액보험이 올해 상반기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저축성보험 중심에서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까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다양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투자 수익에 따라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하는 구조로 원금 보장이 어렵다는 리스크에도 불구 일반 보험 대비 높은 수익 기대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의 핵심 상품인 변액보험 시장에선 미래에셋생명·하나생명·KB라이프· 메트라이프 등 상위 4개사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KB라이프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381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0.5%가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337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4.9%가 급증했으며 하나생명은 2387억원으로 117.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메트라이프는 1673억원으로 20.7%가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들 4개사의 초회보험료 합계는 전체 변액보험 시장의 89.9%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 4개사는 신상품 출시와 함께 고객 맞춤형 투자 전략·체증형 보장 구조·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기능 등을 내세워 상품 라인업 강화에 나사고 있다.

이 중 하나생명과 KB라이프는 공격적인 방카슈랑스 채널 확대와 차별화된 상품 전략이 장점으로 KB라이프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KB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 플러스'가 관심을 모으며 상반기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방카슈랑스 전용 달러 연금보험 '(무)eTheBestChoice달러연금보험'을 선보이며 달러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의 달러 일시납 비대면 보험으로, 9월 출시 이후 판매 제휴 은행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보장성 보험과 변액보험을 축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헤리티지 변액정기보험’은 체증형 보장 구조를 적용해 물가 상승에 따른 보장 가치 하락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선보인 '미래를 부탁해'와 '미래를 응원해'는 피보험자의 연령대에 맞춘 맞춤형 가입이 가능하다.

헤딩 상품은 고객은 주식 편입 비중을 최대 100%까지 조절할 수 있는 ‘최저연금미보증형’과 안정성을 강화한 주식 비중 60%의 ‘최저연금보증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총 68종의 글로벌 펀드를 통해 개별 투자 성향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iM라이프 역시 이달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한 미보증형 변액연금보험 ‘마이솔루션AI변액연금S’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고객 연령대별 수요를 세분화한 변액연금보험 상품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방카슈랑스 시장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의 매력이 높아지고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이 유지되는 한 이 채널에 대한 보험사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며, "상품 경쟁력과 은행의 영업 역량이 결합되면 기존 채널을 넘어서는 실적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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