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상반기 평균 자동차 손해율 82.6%…“연간 90% 육박 우려”
수리비·과잉진료·자연재해…손해율 상승, 일시 아닌 구조 문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쳇 gpt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특수로 잠시 흑자를 냈던 시장은 보험료 인하 압박· 사고 빈도 증가·한방 과잉진료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더해, 올여름 집중호우·폭염으로 인한 차량 피해 등 복합 악재 속에 적자 터널에 들어섰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82.6%…5대 손보사 모두 손익분기점 초과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2.6%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포인트(p)가 상승했다.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 현황. 그래프=이지영 기자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 현황. 그래프=이지영 기자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업체별 손해율(가마감 기준)을 살펴 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8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82.5%·KB손보 82.3%·DB손보가 81.7%로 뒤를 이었다.

5개 손보사 모두 3월을 제외한 전월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상회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업계는 80% 초반대 손해율을 손익분기선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3.8%로 나타났으며, 보험손익은 92억 원 손실을 기록해 2020년(-3799억원) 이후 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보험료 인하의 누적 효과와 부품·정비 비용 상승, 계절적 요인(폭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평가다. 차량 사고 빈도 자체는 다소 줄었지만, 보험료 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와 건당 손해액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 그래프=이지영 기자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 그래프=이지영 기자

◆ 자동차보험 손해율, 구조적 비용 압박...보험료 인하 멈추고 인상 가능성 대두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비대면 채널 확대로 사업비율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손해율 상승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손해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손해율이 90%에 육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 손보사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은 여전히 수익은 없지만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매년 2000만명 이상의 고객이 갱신하며 유입되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상품을 연계 판매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있어 2021~2023년은 '이례적인 반전기'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사고 발생 건수도 감소해 손해율이 안정세를 보였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로 80% 초반대를 유지했다. 이 시기 일부 보험사는 수천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며 보험료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급변했다. 차량 운행이 정상화되고, 의료비 과잉 청구 및 한방병원 이용 증가, 자연재해로 인한 차량 피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손해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손해율은 83.8%로 뛰었고, 올해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단기 이상 징후를 넘어, 구조적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빈도는 다소 줄었지만, 보험료 인하의 누적 효과와 폭설 등 계절 요인으로 건당 손해액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른 사업비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해율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차량 가격 상승, 부품비·정비공임 인상 등으로 수리비가 크게 늘었다.

경미한 사고에도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사례와 한방 병원 이용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손해율이 오르고 있다. 장마와 태풍 등 기후 리스크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도 빈번해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익 구조는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車 보험 흔들린다…수익성 압박 불구 보험료 인상 여전히  '불확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인상은 녹록지 않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자 사실상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어, 보험료 조정 시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손보사들은 지난 4년간 금융당국의 상생 기조에 따라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 연도별 인하율은 ▲2022년 -1.2%, ▲2023년 -1.9%, ▲2024년 -2.5%, ▲2025년 -0.8%에 달한다. 누적 인하 효과는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용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보험료를 조정하긴 어렵다"며 "정부와의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기대를 모으는 변화도 있다. 오는 8월 16일부터 시행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은 차량 수리 시 정품이 아닌 대체부품 사용에도 보험 보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리비 절감과 손해율 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소비자 인식 개선과 제도 정착까지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 내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보험업계는 손해율 80~81% 수준을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점으로 본다. 문제는 이 선을 넘어서면 보험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며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원수보험료 20조원 규모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을 경우 손익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손해율이 1%p 상승할 때마다 약 15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보험료 인하 기조도 사실상 멈춰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해율 상승세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다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전반에 구조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수익성보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타 보험 상품으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전략적 사업이었지만 손해율 악화가 지속될 경우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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