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업계, IFRS17·K-ICS 도입 이후 ALM 부담 가중...채권비중 대폭 확대
금융당국, 생산적 투자 압박...위험계수 인하로 미래 산업 투자 활성화 모색
 보험사들이 첨단산업 투자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섰다. 금융당국이 자본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유도하고 나서면서, 그간 안정 위주의 운용에 머물렀던 보험업계가 전략 전환에 나설지 주목된다. 사진/쳇 gpt
 보험사들이 첨단산업 투자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섰다. 금융당국이 자본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유도하고 나서면서, 그간 안정 위주의 운용에 머물렀던 보험업계가 전략 전환에 나설지 주목된다. 사진/쳇 gpt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금융당국이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본격 검토함에 따라 보험사들이 첨단산업 투자란 새로운 과제 앞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자본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유도함에 따라 그동안 안정적 운용에 몰두했던 보험업계의 전략 수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보험사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핵심 내용은 보험사가 첨단·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정책펀드와 국내 장기투자 자산에 대해 자본건전성 기준상 적용되는 위험계수를 낮추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전방위적 제도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장사' 비판 이후 금융자금의 생산적 활용을 추진하는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 부담을 완화해 보험 자금이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보다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위험계수는 투자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보험사가 적립해야 할 자본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계수가 높을수록 자본 부담이 커진다. 위험도가 없는 국채는 0%·우량 회사채에는 0.2∼2.5%·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2.9∼12.7%·주식 20~49%· 부동산 보유는 20~25% 등이 적용된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적 금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본 건전성을 중시하는 보험업계 특성상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과 같은 핵심 지표에 변화가 없는 한 실질적인 투자 확대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위험자산 비중을 키웠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당국의 기준선을 맞추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국채 등 초우량 자산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해온 것도 이러한 리스크 회피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기본자본 중심의 킥스 체계 도입 논의까지 본격화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장기투자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하는 구조적 특성과 IFRS17·K-ICS 도입에 따른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부담으로 인해 안정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장기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채 30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낮아지는 금리 왜곡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보험사들은 채권 비중을 크게 늘리며 보수적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 218조6048억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 중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동기 대비 5.2%포인트(p)가 오른 54.7%를 기록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역시 국채 비중을 확대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의 채권 비중이 올해 1분기 40.3%로 지난해 동기 대비 5%p 가량 비중을 늘렸다.

자산구성 변화에 따라 채권선도(본드포워드) 거래 규모도 확대됐다. 삼성생명 경우 채권선도 미결제약정은 10조5000억원에서 12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화생명도 9조8000억원까지 늘렸다. 삼성화재와 DB손보도 각각 1조2000억원, 5조원 수준으로 채권선도 명목금액이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채 30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낮아지는 등 장기물 쏠림에 따른 채권시장 왜곡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로선 만기가 긴 자산 확보가 자본건전성 유지에 유리한 만큼 현 체계에서는 위험을 감수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규제 완화 시 조 단위 자금 혁신 산업 흘러들 듯..."실질 투자 위해 내부 체계 변화 필요"

다만 업계는 금융위원회가 정책펀드 등에 대한 보험사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위험계수 완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자본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기 떄문이다.

특히 정책펀드나 사회기반시설(SOC)처럼 안정성과 공공성이 검증된 투자에 대해서는 위험계수를 낮춰 자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시급한 때이다.

해당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회계 기준과 자본적정성 체계 측면에서도 보험사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정부는 정책펀드에 대한 민간 자금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사에 적용되는 자본 규제 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민자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 낮은 위험계수를 적용해 보험 자금을 유도했던 전례에 이어,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본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수조원 규모의 자금이 첨단산업 등 혁신 분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운용자산은 총 1200조원에 달한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조 단위 자금이 첨단 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보험사의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장기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국고채 등 장기 채권에 집중해왔지만, 위험계수 조정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 이다"고 부연했다.

이번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보험업계의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부채 대응을 위한 국채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정책펀드 등 대안 자산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생긴다"라며 "투자 다변화와 ALM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부 평가 체계와 조직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여력이 생긴다 해도, 손실 회피 중심의 성과 평가가 지속되면 투자 확대는 쉽지 않다"며, "성과 기준 전환과 함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내부 인프라가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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