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HD한국조선해양 영업익 9000억원 육박 예상
LNG선 위주 수주 쏠림 현상...조선소도 부담
친환경 고부가 선종 지향...시장 1000척 미만
“벌크선·탱커·컨테이너선 고부가가치화 전략 필요”
HD현대삼호가 건조해 2024년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HD현대
HD현대삼호가 건조해 2024년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HD현대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2분기에도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안정적인 수주잔량으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3373억원과 8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13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한화오션의 매출은 3조21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533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중공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7.1%, 34.9% 늘어난 2조7124억원 1764억원으로 나왔다. 1분기 말 인도 기준 수주잔량이 ▲HD한국조선해양 3년 ▲한화오션 3.7년 ▲삼성중공업 4.3년으로 넉넉하기 때문이다.

조선3사는 2분기까지 이어진 실적 향상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부터 글로벌 선박 발주가 큰 감소세로 접어들어 기술력 격차가 수주 경쟁에서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6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71척)로 집계돼 전월(4월) 발주량 460만CGT 대비 64% 감소했고 전년 동기(366만CGT) 대비 55% 줄어들었다. 5월 누계(1~5월) 발주량도 1592만CGT(515척)로 전년 동기(2918만CGT·1242척) 대비 45% 감소했다.

선종을 가리지 않고 좀처럼 발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조선3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신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특정 선종으로의 수주 쏠림 현상은 조선소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성창경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 몇 년 동안 수주 선종의 쏠림 현상이 커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조선소에서 건조 선종이 급변하고 고착화되는 것은 생산설비와 기술적 측면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요구한다”며 선종별 고른 수주가 배를 짓는 입장에서도 수월하다고 밝혔다.

이상적인 조선소 현장이 이렇다 해도 조선3사는 고부가 선종 수주를 위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전환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또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기회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계속 지키려고 하며 슈퍼 사이클의 정점이 아닌 상황에서 중국과의 수주전까지 대비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와의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은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를 승인했다. 중기조치 규제안에 따르면 총톤수 5000톤 이상 국제 항해를 하는 선박은 2027년 상반기부터 선박 연료유의 강화된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운항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납부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선3사는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외 선급·선사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적용한 선박 개발에 착수했고 소형모듈원전(SMR) 컨테이너선 설계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올해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를 엔진 내에서 태우는 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에 활용하는 것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암모니아 기술 기업 아모지(Amogy)와 손을 잡았다. 아모지는 암모니아에 고온 촉매 반응을 일으켜 수소와 질소로 환원하고 수소를 연료전지로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그린 솔루션’을 적용한 선박 및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SOFC를 탑재한 LNG운반선을 개발 중이고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암모니아 운반선, 멤브레인형 액화수소운반선,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OCCS) 실증을 마치고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도 기술 우위와 미래 일감 확보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 후 귀국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많은 관심이 조선 분야 협력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1월 한국에 보낸 조선분야 협력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HD현대는 미국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같은 조선사뿐 아니라 학계와도 손잡고 한미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조선산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대화 작업에 나섰고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오스탈 지분 인수도 호주 정부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조선3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LNG, 수소, 암모니아 등 고부가가치 ‘가스 운반선’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부가가치 선종의 시장이 작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벌크선, 탱커(유조선), 컨테이너선 같은 ‘범용·메이저’ 선종으로 포커스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년 전부터 한국은 탱커와 컨테이너선 신조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속히 중국에 내주며 잃었다”며 “당시만 해도 한국 대형 조선사에게는 LNG선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LNG선도 올해는 발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조선3사가 수주할 선종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은 1000척 미만으로 시장이 매우 작다”며 “반면 컨테이너선은 7000척, 벌크선과 탱커가 각각 1만척 이상 시장이 형성돼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이같은 ‘메이저’ 선종을 수주를 추진하고 그 과정에 친환경·저탄소·스마트·연료 고효율 기술을 적용하는 등 고부가가치화를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3사가 언제 발주가 나올지 모르는 가스 운반선에 매달릴 게 아니라 ‘메이저’ 선종에 기술 차별화를 입혀서 스스로 고부가 선박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탱커와 컨테이너선의 경우 연료 효율만 높게 건조해도 인도 후 운항 시 선주사 입장에서 신조 선가가 20% 비싼 것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말해 선사와 조선사의 생각의 전환을 주문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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