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전자 2분기 영업이익 46.6% 급감
삼성전자, DX 부문 실적 부진 예상
업계, 생산지 이전ㆍ부품 현지조달 등 대응책 고심
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로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쇼크에 빠졌다. / 연합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미국이 올해 2분기부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 여파로 한국 가전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며 K-가전의 글로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당장의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 체질 개선을 위해 공급망 재편, 현지 생산 확대, 고부가가치 전략 등 다각적 생존 전략을 추진하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2분기 들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깔고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에는 최고 50%까지 관세를 때렸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뿐 아니라 완제품에도 부과해 ‘이중 부담’이 가해졌다.

◆가전업계, 예상을 뛰어넘은 ‘관세 쇼크’ 여파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관세 충격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LG전자는 관세 영향과 TV 시장 경쟁 심화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매출액 20조7352억원, 영업이익 6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6.6% 급감했다.

삼성전자도 관세 영향으로 가전과 TV를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의 경우 철강 비중이 큰데 최대 미국의 철강 품목 관세가 50%를 부과해 직격탄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한국산 세탁기 대미 수출은 약 5,511억원, 냉장고는 약 2조4,300억원 규모로 이번 관세로 인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기업들의 첫 카운터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가전제품으로 전방위 확산되면서 2분기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미국내 생산 기지 확대 및 생산 네트워크 스윙체제로 탄력 조정, 멕시코·베트남 우회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LG전자는 오는 9월부터 미국 남서부와 가까운 멕시코 공장에 세탁기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등 공급망 개편에 착수했다. 9월부터 미국 남서부 국경과 가까운 멕시코 멕시칼리에 세탁기 생산지를 추가 운영해 관세에 대응한 유연성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제조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는 생활가전(냉장고·조리기기)과 TV를, 베트남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정책 변화와 경제 동향 등 여러 관점을 고려하고 유통 채널과 협의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지에 있는 생산 거점을 활용해 공급망을 재편하기로 했다. 또 현재 미국 생산 가전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산 철강의 사용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산 철강 대신 US스틸과 같은 미국산 제품을 조달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28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반도체 품목 관세를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품목 관세가 어떻게 실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라는 변수 앞에서 K-가전은 뼈아픈 구조조정과 혁신의 기로에 선 셈”이라며 “그러나 이번 위기가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이라는 장기 승부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기업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통상 협상력 강화와 세제·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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