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했다. 강상윤(전북)과 이호재(포항)가 나란히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대표팀 내 생존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한국은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서 홍콩에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승점 6을 확보, 1경기를 덜 치른 일본(승점 3)을 제치고 조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FIFA A매치 캘린더 외 대회로, 유럽파와 중동파의 차출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대표팀은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꾸려졌으며, 무려 10명이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했다. 이 가운데 김봉수(대전), 강상윤(전북), 이호재(포항), 모재현, 서민우(이상 강원), 이승원(김천) 등이 지난 중국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홍콩전에서도 실험은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1차전과는 전혀 다른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이날 한국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ㄷ. 최전방에는 이호재가, 양 측면에는 나상호(마치다 젤비아)와 이승원이 포진했다. 중원은 조현택(울산), 강상윤, 서민우, 김태현(전북)이 구성했다. 수비 라인은 김태현(가시마), 서명관(울산), 변준수(광주)가 맡았다. 골문은 이창근(대전)이 지켰다.

선발 명단 가운데 서명관, 변준수, 조현택, 김태현(전북), 김태현(가시마) 등 5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교체 투입된 정승원(서울) 역시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기 초반은 쉽지 않았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가 대거 포함된 탓에 조직력이 다소 흔들렸고, 홍콩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전반 27분까지 한국의 슈팅은 단 3회에 그쳤고 유효 슈팅은 없었다.

답답한 흐름을 끊은 건 강상윤이었다. 전반 27분, 서민우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그는 수비를 등지고 한 바퀴 회전하며 압박을 벗어났다. 이어 낮게 깔리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 중국전에서도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던 강상윤은 A매치 2경기 만에 데뷔골을 신고했다.

후반 22분에는 이호재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문선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수비 뒤에서 돌아 나온 이호재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역시 2번째 출전 만에 나온 값진 골이었다.

이호재의 득점은 또 다른 의미도 지녔다. 그는 고(故) 김찬기-김석원, 차범근-차두리, 이을용-이태석(포항)에 이어 한국 축구 역사상 4번째 부자(父子) 국가대표 득점자로 기록됐다. 태극마크에 이어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본격적인 대표팀 경쟁 구도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후반 남은 시간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한국은 오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