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홍명보호에 새로운 이름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제2의 이재성’으로 불리는 강상윤(전북)과 한국 축구 역사상 네 번째 부자(父子) 국가대표 이호재(포항)가 나란히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대표팀 경쟁 구도에 불을 지폈다.
한국은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에서 홍콩을 2-0으로 꺾었다. 앞서 중국을 3-0으로 제압한 데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6을 확보하며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강상윤과 이호재였다. 답답한 흐름 속 전반 27분, 강상윤이 상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선제 결승 골을 밀어 넣으며 대표팀 데뷔골을 신고했다. 이어 후반 22분에는 포항 스트라이커 이호재가 문선민(서울)의 좌측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A매치 첫 골이자 쐐기 골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를 통해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강상윤은 애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EAFF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촘촘한 일정 등을 고려해 엔트리를 3명 확대하면서 막차를 탔다. 2004년생으로 홍명보호 최연소인 그는 전북 유소년팀 출신으로 2022년 프로 데뷔 후 2023년 부산, 2024년 수원FC 임대를 거치며 성장했고, 올 시즌 전북으로 복귀해 K리그1 19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재는 ‘캐논 슈터’로 불린 A매치 47경기 출신 이기형 옌볜 감독의 아들로, 한국 축구 통산 네 번째 부자 국가대표이자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A매치 골까지 기록한 두 번째 사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그는 포항 입단 후 빠르게 성장했고, 2023시즌 8골, 2024시즌 9골을 터뜨리며 국가대표급 공격수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 모두 전체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강상윤은 “지난 경기에서 골 기회를 놓치고 아쉬움이 많아 더 집중했는데, 그 덕분에 기회가 온 것 같아 무척 행복하다”며 “A매치 데뷔와 골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 성장해 월드컵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재성 선배님의 마인드를 닮고 싶다”며 롤모델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이호재는 “한국 대표로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골까지 넣어 너무 기쁘다. 지금은 무슨 일이 생겨도 행복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아버지께서 ‘자랑스럽다’고 연락을 주셨고, 소속팀 주장 신광훈 형도 응원을 보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데뷔골에 도움을 준 문선민에게는 “밥을 사야 한다. 골의 70%는 형의 몫”이라며 웃었다. 경기 내용에 관해선 “처음 뛰는 선수들이 많아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득점을 만들어 다행”이라며 “일본전에서도 기회가 온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힘주었다.
이제 두 선수의 시선은 15일 열리는 한일전으로 향한다. 강상윤은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말했고, 이호재도 “공격수로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일본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