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한국 축구 대표팀의 세대교체 실험이 본격화했다. 유럽 및 중동파가 빠진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국내파 신예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무려 12명의 선수에게 대표팀 데뷔 기회를 부여하며 대표팀의 미래를 시험대에 올렸다.
수비수 서명관(울산 HD)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천FC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 시즌 울산으로 이적해 주전 자리를 꿰찼고, 11일 홍콩과 경기에서 침착한 수비와 과감한 전진으로 2-0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서명관은 “대표팀 데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 월드컵 무대까지 도전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25 FIFA 클럽 월드컵에서의 경험이 대표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공격진에서는 강상윤(전북 현대)과 이호재(포항 스틸러스)가 나란히 홍콩전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강상윤은 전반 27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결승골을 밀어 넣었다. 강상윤은 “지난 중국전에서 골 기회를 놓치고 아쉬움이 많아 더 집중했는데, 그 덕분에 기회가 온 것 같아 무척 행복하다”며 “A매치 데뷔와 골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 성장해 월드컵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호재는 후반 22분 문선민의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쐐기 골을 기록했다. 그는 ‘캐논 슈터’로 불린 A매치 47경기 출신 이기형 옌볜 룽딩 커시안(중국) 감독의 아들이다. 한국 축구 통산 네 번째 부자 국가대표이자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이어 A매치 골까지 기록한 두 번째 사례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그는 포항 입단 후 빠르게 성장했고, 2023시즌 8골, 2024시즌 9골을 터뜨리며 국가대표급 공격수로 떠올랐다. 이호재는 “한국 대표로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골까지 넣어 너무 기쁘다. 지금은 무슨 일이 생겨도 행복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아버지께서 ‘자랑스럽다’고 연락주셨다. 일본전에서도 기회가 온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힘주었다.
정승원(FC서울)은 홍콩전 후반 교체로 데뷔전을 치렀다. 문선민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맞고 흐른 공을 재차 슈팅했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지만, 출전은 전혀 예상 못 했다”며 “그 장면에서는 집중이 부족했다.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 감독은 홍콩전서 중국전과 전혀 다른 선발 명단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실험을 이어갔다. 중국전에서는 김봉수(대전 하나 시티즌), 강상윤, 이호재 등이 데뷔했고, 홍콩전에서는 서명관, 조현택(울산), 변준수(광주FC), 김태현(전북),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등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정승원까지 포함하면 홍콩전만 해도 6명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중국전 3-0, 홍콩전 2-0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신예들을 앞세워 15일 일본과 마지막 3차전에서 승리하고 2019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대회 우승을 이룬다는 각오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