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공급·낸드 회복 과제…모바일·가전도 '연쇄 부진'
LG, 美 관세 영향 본격화…영업이익 46.6% 하락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 여파로 2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의 관세 공습이 국내 기업들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글로벌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이 길어지는데다 관세 부담까지 떠안으며 이중고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2분기 '반토막'…미중 전쟁 여파 컸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0.09%, 영업이익은 55.94%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49%, 영업이익은 31.24%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보다 1조원 이상 못 미치는 수준으로 '어닝 쇼크'에 해당된다는 업계 분석이다.
잠정실적에서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이 재고 충당 및 첨단 인공지능(AI)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탓에 실적이 더 낮게 나왔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도 고객 확보 미흡으로 적자가 지속됐으며, 환율 상승과 관세 불확실성도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실적 부진의 진원은 삼성 반도체다. 결정적으로 5세대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이 첨단 AI 칩을 두고 중국에 제재를 가하다 보니 판매를 확대하지 못한 영향도 크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하반기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HBM의 경우 3분기 안에 엔비디아 인증이 통과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빅테크 AMD, 브로드컴에 최신 HBM3E를 공급하는 등 HBM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에 대한 시장 기대도 커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은 지난달 공급 협상을 위해 엔비디아 미국 본사를 찾아 해당 부분에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도 DDR4 공급이 중단되고 단가가 높은 DDR5 판매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9일 공개하는 갤럭시폴드7과 갤럭시Z플립7을 필두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8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매입 규모는 3조9119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 중 2조8119억원은 소각해 주가를 부양할 예정이다.
◆LG전자, 관세·물류비 부담에 실적 하락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7일 LG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6.6% 급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1조5000억원, 영업이익 8500억원 수준이었다.
실적 부진 요인으로는 미국발 트텀프 정부의 대외 관세 정책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가전과 TV 등 주력 제품이 관세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비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경쟁 심화, 물류비 부담, 자회사 부진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으나 주요 B2B 사업은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생활가전(H&A) 부문은 11% 매출 성장과 16%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전장(VS) 사업본부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도 대형 수요처 확보와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확대를 통해 선방했다.
LG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이번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상호관세는 협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추가 유예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고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 또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계열사인 LG이노텍의 부진 역시 한몫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의 실적은 LG전자 실적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올해 2분기 에프앤가이드 전망치를 보면 매출액은 전년대비 14.9% 줄어든 3조8751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1% 줄어든 500억원을 거둘 것이라 추정된다.
LG전자는 하반기 전장(자동차 전자장치)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 부문과 지속적인 수익이 들어오는 가전 구독 서비스 등 사업에 집중해 '질적 성장'을 통해 관세 불확실성의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사업별로 차별화된 성과와 전략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구조적 어려움과 글로벌 불확실성에 직면했으나, 신제품과 AI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관세와 물류비 부담 속에서도 생활가전과 전장 사업에서 견조한 성과를 내며 비하드웨어 사업과 D2C 강화로 질적 성장을 모색 중이다. 양사 모두 하반기에는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 대응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무역 환경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전략적 대응과 혁신이 향후 실적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번 2분기 실적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명확히 보여주었으며 향후 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