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확정시 ‘뉴 삼성’ 추진에 탄력 붙을 것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오는 17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8년 간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아온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 오랜 기간 경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가 경영 정상화와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파기환송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순 없지만 경제계와 법조계는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회계부정 등 19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상고심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오해만을 지적하는 '법률심'이라는 점에서 무죄 확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 대해 검찰이 추가 증거없이 1심 패소로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한 항소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적 원칙을 지키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점, 1·2심 모두 무죄임에도 상고를 강행하는 점 역시 논란이 된 바 있다.
◆무죄 확정시 삼성 하반기 변화...‘뉴 삼성’ 가속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10년 가까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총 185회에 걸쳐 법정에 출석하며 그 과정에서 구속과 석방, 가석방과 복권을 반복해왔고 삼성그룹 경영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 삼성은 ‘뉴 삼성’ 비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너리스크 해결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로 지적됐던 책임경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 제휴, 신사업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지휘 아래 오너 중심의 과감한 혁신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미뤄졌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 등) 부활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로 미전실을 해체했던 삼성은 주요 현안에 체계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단 의견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도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는 총수인 이 회장이 할 수 있는 만큼 무죄 확정 후 사법리스크로 인해 미뤄졌던 등기임원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임원 인사와 조직 쇄신 역시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역시 이 회장의 무죄 선고를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장은 지난 2심 무죄 선고 이후 "첨단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 경쟁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불필요한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는 대신 기업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적극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의 무죄 선고는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하반기 삼성은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책임경영과 혁신을 앞세운 ‘뉴 삼성’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 리더십 복원, 대규모 투자, 조직혁신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10년에 걸친 이 회장의 무거웠던 족쇄가 풀리는 순간, 삼성의 하반기 변화와 미래 행보에 재계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