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르웨이 온수 저장장치 제조업체 인수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시장 조기 선점 경쟁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가전 중심의 B2C 사업에 집중해온 두 기업이 B2B 중심의 공조 산업에 뛰어들어들면서 또 한 번 격돌을 예고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독일 공조기기 회사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LG전자도 노르웨이 온수 저장장치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나란히 유럽 HVAC 시장 공략에 나섰다.
8일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2030년 140조원, 2032년에는 37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용 공조 시장은 연평균 18%의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가전 시장의 경우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성장 정체 등으로 삼성과 LG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첨단 산업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형 산업시설의 열 관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의 고밀도화로 인해 막대한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냉각하지 못하면 시스템 장애와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고효율·고성능 공조 설비의 중요성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대응, 에너지 효율 규제, 탈탄소 정책 강화 등 글로벌 환경 이슈도 공조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고효율·친환경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00년 역사의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플랙트는 65개국에 데이터센터, 공항, 병원 등 대형시설용 냉난방 설비를 공급해온 글로벌 톱티어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등 개별공조에 집중해왔으나 플랙트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기가팩토리 등 대형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이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대응한 결정적 행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 인수를 통해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며, 공조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할 방침임을 밝혔다.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칠러(Chiller) 사업에 진출한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온수 설루션 기업 OSO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계약 조건상 비공개이나 수천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1932년 설립된 OSO는 히트펌프나 보일러로 가열한 물을 저장하는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전기 온수기 등 온수 설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난방과 온수를 아우르는 유럽 히팅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OSO는 LG전자에 인수된 후에도 독자적인 온수 설루션 사업을 이어간다. 이번 인수는 북미를 넘어 유럽에서도 공조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에 OSO의 온수 설루션을 결합해 유럽 HVAC 사업 확대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은 탄소 중립 관련 정책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 특화된 인수 전략을 통해 유럽 내 히트펌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조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다. AI·데이터센터라는 신산업의 성장, 친환경·고효율 트렌드, B2B 중심의 안정적 수익구조 전환이라는 세 가지 큰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은 대형 인수로 빠른 시장 진입과 계열사 시너지를, LG는 오랜 기술 축적과 현지화, 맞춤형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린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공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