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LNG 프로젝트...400척 이상 발주 수요”
“이미 공급과잉...카타르 프로젝트 기저효과 끝물”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올해 초부터 나타난 글로벌 선박 발주량 급감 현상이 5월에도 지속되며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향후 신규 수주에 있어 국내 조선3사의 ‘최후의 보루’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도 기대 이하다.
조선업계의 대표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 운반선의 발주가 미국발(發) 대형 LNG 프로젝트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반면 이미 LNG 운반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인 만큼 남은 하반기에도 추가 발주 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조선소의 신규 선박 수주량(발주량)은 16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71척)로 집계돼 전월(4월) 수주량 460만CGT 대비 64% 감소했고 전년 동기(366만CGT) 대비 55% 줄어들었다. 5월 수주량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25만CGT(8척·15%), 중국이 64만CGT(42척·39%)를 기록했다.
5월 누계(1~5월) 전세계 수주량도 1592만CGT(515척)로 전년 동기(2918만CGT·1242척) 대비 45% 감소했다. 이 중 한국은 381만CGT(95척·24%), 중국이 786만CGT(274척·49%)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 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글로벌 조선소의 5월 누계 수주량(1592만CGT)을 두고 섣부른 예측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 호황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수주량 추세가 이처럼 계속될 경우 올해 연간 수주량은 3000만CGT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인 7250만CG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조선3사 입장에서 관건은 남은 하반기 LNG선의 신조 발주다. 최근 수년간 조선3사는 중국이 저가에 공급하는 컨테이너선, 탱커(유조선) 대신 가격이 높고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LNG선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해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조선사의 LNG선 수주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해 새로운 LNG선 수주 모멘텀 또는 컨테이너선·탱커 시장 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뿐 단기적이면서 현실적인 수주 전략은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수주하는 것 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LNG선 발주를 촉발할 수 있는 해외 LNG 프로젝트 개시를 두고 업계에서는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발 LNG 수출 확대 움직임에 힘입어 LNG선 발주가 다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감지된다. 이러한 기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공급 정책이 석유,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촉발하고 해외 수출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LNG선 수주잔고는 이미 2028년 인도 물량을 수주하고 있으며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400척 이상의 LNG선 발주로 이어질 수 있는 LNG 액화 프로젝트가 기본설계(FEED)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조선사들의 연간 LNG선 인도량을 100척으로 상정해도 4년치 물량이 아직 발주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중단한 LNG 액화터미널의 신규 승인이 재개됨에 따라 수출(액화) 용량이 2030년에 약 1억9200만톤으로 202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며 “해당 프로젝트의 80~90%가 이미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을 감안하면 생산 개시 시점에 맞춰 미국의 LNG선 수요(2035년까지 약 426척)가 안정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최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LNG 프로젝트가 속속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텍사스주의 LNG 개발 전문 기업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가 추진하고 있는 리오그란데 LNG 프로젝트는 LNG 설비 라인(트레인) 3개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이 났으며 현재 트레인 2개는 기본설계 단계에 있다.
리오그란데 LNG 프로젝트의 트레인 1~3이 모두 완공될 경우 연간 LNG 생산량은 1170만톤으로 추정된다. 이를 포함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 플렉스LNG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약 1억톤가량의 신규 LNG 프로젝트 수혜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LNG선이 이미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든 만큼 추가 신조 수요 발생은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년간 LNG선 신조 발주가 폭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올해부터 시장에는 연간 100척씩 LNG선이 풀릴 예정이다. 이 같은 LNG선 공급 과잉 현상이 미국발 프로젝트 개시 등에 따른 추가 발주 기대 물량을 이미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5년 1분기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발주된 신조선 물량이 대량 인도되며 해운 시황이 하락하고 선복량 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처럼 매년 많은 선복(LNG선) 공급을 LNG 신규 생산 물량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조선업계 LNG선 수주를 견인해 온 ‘카타르 에너지 프로젝트’ 기저효과마저 점점 희석된다는 지적도 향후 신규 발주가 잠잠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가 2027년까지 LNG 연간 생산량을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는 증설 사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카타르 프로젝트로 발주된 LNG선 128척 중 73%를 수주하는 등 수혜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같은 ‘카타르 특수’도 마무리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 프로젝트는 단일 규모로 역대 최대 프로젝트였다”면서 “향후 예정된 다른 LNG 프로젝트에서 카타르 프로젝트와 같은 LNG선 수주 증가 효과를 노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