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량 과잉·운임 하락·개발 프로젝트 감소 원인
“수주 선종 다변화·친환경 선박 기술 상용화 해법”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국내 조선3사 중 수주 선종이 다각화돼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두 회사의 최근 3년간 전체 수주 실적 중 LNG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3%에 달한다.
9일 조선업계 및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월 누적(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신조 발주된 LNG선은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한 25만9163CGT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말 조선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량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조선 3사는 LNG선을 ‘고부가가치선의 대명사’로 칭하며 앞다퉈 수주해 왔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100척의 LNG선 수주잔량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전체 수주실적 45척 중 약 42%인 19척의 LNG선(LNG-FSRU 포함)을 수주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수주 선박 36척 중 약 61%인 22척을 LNG선으로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12월 기준 총 89척의 LNG선을 곳간에 쌓아둔 상태다. 올해 이들 3사의 이른바 ‘선별 수주 전략 및 목표’에도 이같은 기조는 감지된다.
LNG선 발주량 감소로 인해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작년에 이미 나왔던 예상이 2월까지 현실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이 계속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사들의 단기,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작년 11월 ‘해운·조선업 2025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선복량 과잉 ▲운임 하락 ▲LNG 개발 프로젝트 감소 등으로 올해 글로벌 LNG선 신조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LNG선 선복량 과잉 현상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현재진행형이다. 이 시기에 연초 선복량의 3.5%에 해당하는 400만㎥의 신조선이 추가로 인도됐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1640만㎥의 신조선 인도가 예정돼 있어 선복량 증가 속도가 물동량 증가를 압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가을 LNG선 스팟(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이 급격히 내려간 것도 올해 신조 발주량 감소에 한 몫 했다.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통상 겨울철을 앞두고 가을에 스팟 운임이 치솟지만 지난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운임이 둔화됐다”며 “그만큼 물동량에 비해 시장에 투입된 선복이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발주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LNG 프로젝트 신규 생산 역시 예전만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2016년 이후 신규 생산이 개시되는 LNG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에 대한 기대감과 LNG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수요 등으로 LNG선 신규 발주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2018년 이후 최소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클락슨 리포트는 2030년까지 연간 60~70척의 LNG선이 신규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1, 2월 LNG선 수주실적만 보고 대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시황 흐름에 따라 영업 부서에서 선주들과 면담을 하고 수주 전략 방향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3사가 현재 수주를 놓고 협상중인 물량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설사 수은에서 낸 보고서 전망대로 LNG선 신조 발주량이 계속 줄어들어도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단기적으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탱커(원유운반선) 등 다른 선종에서 새 일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중 일부는 내년까지 LNG선 시장이 경색될 것이며 조선 3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종서 연구원은 “조선 3사가 탱커나 컨테이너선 등 중국에 수주를 내준 선종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단기적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탱커는 현재 운항중인 선박들이 노후화가 심해 교체 수요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선 3사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발주 수요가 차츰 발생하는 친환경 선박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된다.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 3사가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암모니아·에탄·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과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기술 개발에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연구원은 “HD현대미포가 지난해 건조에 착수한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시키는 과정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조선 3사가 언제 급감할지 모르는 LNG선 발주 수요에 기대지 말고 이 같은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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