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지난 3일 오후 대(對)미 자동차 관세가 정식 발효됐다. 이 가운데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서의 화두는 단연 관세였다. 전체 4대 중 1대를 미국에 팔 정도로 미국 비중을 확대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의 대응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에 선을 그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브랜드별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특히 무뇨스 사장은 "오늘 또 관세 관련해서 발표가 있었는데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며 "(정의선) 회장님은 도전 과제에 적응하는 것이 우리의 DNA라고 말씀한다"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의 '위기 극복 DNA' 지론이 관세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에게 관세는 적잖은 고민거리일 테다. 2020년 들어 미국 시장 판매량이 큰 폭으로 우상향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2021년 140만대를 넘어선 미국 판매량은 2023년 165만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170만8293대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2년 연속으로 경신했다. 40% 이상을 미국 밖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는 만큼 70만대 이상이 관세의 직접 타격권에 들어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줄지어 내놨다. KB증권은 10% 관세 부과만으로도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고 LS증권은 연간 11조원에 달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나마 적은 손실을 예상한 다올투자증권도 2조원 이상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2조원은 지난 한 해 현대차그룹이 달성한 영업이익 14조원의 14%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의선 회장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언급된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에 따른 현지 생산 강화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완공한 HMGMA로 현대차그룹은 현지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과 함께 3개 공장을 가동, 제철소 건설까지 더해 일종의 생산 벨트를 꾸렸다. 여기에 향후 120만대까지 확장한다고 하니 작년 판매량의 71%는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백악관 단상에 두 발로 올라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21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직접 백악관 단상에 서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첫 사례로 남을 이날 발표는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남았다. 이 밖에 미국 GM과의 차종 맞교환 방식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또다른 판매 루트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든든한 뒷배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를 14번 언급하면서 변화와 혁신, 위기 극복 DNA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며 "'퍼펙트 스톰'과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시킨다"라고 밝혔다. 또 '예상할 수 있는 도전'은 면밀히 준비해 미래 기회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겠다고도 했다. 예상할 수 있는 도전인 관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예상할 수 없는 도전을 맞닥뜨렸을 때도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