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호영 기자] 디아이동일 최대주주인 정헌재단 96억원 자금대여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핵심 경영진 고발에 나섰던 소액주주들은 올해 3월 주총을 앞두고 다시 집중투표제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디아이동일 소액주주연대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불거졌던 약 100억원대 최대주주 정헌재단의 자금대여 논란"이라며 "어쨌든 회사를 재단의 곳간처럼 이용했었던 것인데, 당시 임시 주총에서 사측이 재단 쪽으로 빠져나간 돈은 다시 회사로 가지고 왔다고 해명하고 여러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갈등은 가라앉은 상태"라며 "지금 다시 사측이 감사위원회를 신설하려고 하면서 대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감사위원회 설치는 지난해 11월20일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 고발 등으로 인한 매매거래 정지를 해결하기 위해 디아이동일이 내놓은 조치 중 하나다. 지난 12월11일 디아이동일은 ▲감사위원회 설치와 함께 ▲정헌재단과 회사와의 이사 겸직 해소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내부회계관리제도 개선 ▲공시 내부교육 강화 등 경영투명성 강화 계획을 공시하면서 12월12일 주식 거래가 재개된 것이다.
섬유 제품 제조사인 디아이(DI)동일은 동일방직을 모태로 한 기업으로서 동일그룹의 지주사다. 동일알루미늄을 주요 계열사로 국내외 11개 종속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엔 섬유산업 침체, 이차전지 수요 부진, 환경 설비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매출 6517억원, 영업이익 78억원, 당기순이익 23억원으로 실적이 급감한 상태다. 전년 대비 매출 -4.6%, 영업이익 -32.4%, 당기순이익 -60.8%가 각각 줄어든 것이다.
전날(11일) 기준 디아이동일 주가는 4만5900원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라 올 초엔 5만원대를 찍기도 했다.
디아이동일 사측은 지난 11월 임시 주총을 계기로 알루미늄 사업 등 핵심 사업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하고 자사주 소각(2426억원 규모 23.18%, 올 6월 추가 매입)에 더욱 힘을 싣고 배당 확대, 핵심 자회사 합병 준비 등에 나서왔다. 이 임시 주총에 앞서 소액주주들은 정헌재단 자금대여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 없이 돈이 빠져나갔다고 보고 핵심 경영진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의혹과 갈등은 확대돼왔다.
현재 주주행동을 위한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디아이동일 소액주주들은 1647명이 결집해 있다. 주식수로는 451만5697주, 지분율로는 23.31%다.
소액주주들은 정헌재단 자금대여 상황은 김창호 상근 감사 책임이 크다고 본다. 소액주주들은 감사를 교체하고 회사 자금 상황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서 다음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중단된 상태다.
디아이동일 소액주주연대는 사외이사 후보로 법무법인 건우의 윤형주 변호사를 밀고 있다. 윤 변호사는 디아이동일의 소액주주연대와 함께 정헌재단 자금대여와 관련해 회계 장부 열람 청구 소송 등을 진행했다. 이외 사외이사로는 무선통신과 자동차 전력관리, 리튬 이온 배터리 특성화 등을 연구해온 이상국 카이스트 교수, 회계법인 세진의 김종태 회계사를 상근 감사로 추천한 상태다.
무엇보다 디아이동일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3월 주총 핵심은 사측 감사위원회 설치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정관변경, 사내외 이사 선임 등"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 없는 감사위원회는 사측 꼼수"라고 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우리 회사의 투명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려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감사위원이 누구인지, 선출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며 "현재 구조인, 모두 회사가 지명한 사내외 이사 기반의 이사회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 구성이 다양해져야 한다. 또 이사회 구원들에게 주주를 생각하며 회사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경각심을 주고 견제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낼 독립적인 이사나 감사위원이 필요한 것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시장 한 관계자는 "통상 감사위원회는 좋은 제도로 알려져 있다"며 "어찌됐든 지난해 소액주주들 감사 선임이 좌절됐는데 감사 경우 '3%룰'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감사위원회는 한명만 의결권이 제한되고 나머지는 과반이 넘으면 뽑힌다. '3%룰'이 적용된 상근 감사가 아닌 위원으로 채우는 것은 꼼수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25일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밀었던 감사는 최종적으로 선임되지 않았다. 사측 감사 해임도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측 감사 해임이 좌절됐던 것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주요 주주에서 누락돼 있었던 삼양그룹이 사측 우군으로 나섰던 게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임시 주총 기준 지분율을 보면 디아이동일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인 정헌재단(9.79%), 서민석 회장(6.28%), 서태원 부회장(1.52%)으로 사측 지분율은 19.01%다. 당시 소액주주연대 지분율은 18%였다. 사측 감사 해임에서 우군이 돼준 삼양그룹 지분율은 7.4%였다.
이 과정에서 삼양그룹이 수십년간 보유했던 디아이동일 지분이 공개되면서 '5%룰' 위반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삼양홀딩스(3.96%)와 삼양사(2.31%)를 통해 디아이동일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공시 주요 주주에서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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