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서울사무소. / 사진=이수페타시스.
이수페타시스 서울사무소. / 사진=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행동주의펀드 위주로 주주환원 등을 요구해온 주주행동이 각 기업 소액주주들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를 자극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 해소와 맞물려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두드러진 소액주주 활동과 기업을 들여다보며 '풀뿌리 밸류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소액주주행동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액주주 '개미'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행동을 결집하는 플랫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런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등 20개 기업에 대해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로 했다. 

5일 윤태준 액트(컨두잇) 연구소장은 "재계 주요 30대 기업 가운데 소액주주 수가 30만명을 넘어선 20개 기업 대상으로 이달(3월) 10일까지 주주들 지지 서명을 받아 각 기업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번 3월 주총 전 내용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기존 레거시 기업들보다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전향적으로 답해주리란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기업마다 적게는 주주들이 10명, 많게는 500명까지 서명하고 있다"며 "각 기업별로 100명 이상 서명 받아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주주서한에는 ▲소액주주들도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 도입'과 ▲소액 개인주주 대상으로도 '기업설명회(IR)를 정례화'하는 내용과 함께 ▲정관 내 소액주주 보호 조항 삽입 등을 담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정관에서처럼 ▲소액주주가 진행 중인 경영 사항에 대해 질문하면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15일 이내 서면으로 답변'하도록 다른 기업들도 조항에 넣어줄 것 등을 제시한다. 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해서도 주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도 넣는다. 

주주서한 발송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 삼성물산, 에스케이하이닉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에스케이,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엘지에너지솔루션, 엘지전자, 엘지화학, 포스코홀딩스, 에이치엠엠, 두산에너빌리티, 케이티앤지, 한국전력,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전년 대비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중심으로 영업이익(32조7260억원)은 398% 증가하고 당기순이익(34조4514억원)도 123% 가량 확대됐다. 이 기간 에스케이하이닉스도 실적이 급증하며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9조7969억원(흑전)이다. 에스케이도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조8234억원으로 4% 늘고 당기순이익은 약 1조4388억원으로 25.6% 확대됐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이들 중 일부 기업은 실적이 급감하기도 했다. 삼성에스디아이 경우 영업이익은 76.5% 줄고 당기순이익도 72.1% 감소한 각각 3633억원, 5755억원을 거뒀다. 

3월 주총을 앞두고 이런 실적 성장이나 저하에 따른 주가 변동, 경영 성패뿐 아니라 경영 활동 전반에 걸쳐 소액주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이후 소액주주들은 지분 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도 소액주주들이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막아서면서 증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아미코젠은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소액주주들 불만이 높아지면서 신용철 사내이사 회장을 해임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며 주주 행동을 이끌어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안다자산운용·강성부펀드(KCGI자산운용)·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 토종 2세대 행동주의 펀드들은 최근 들어 다소 활동이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행동주의펀드 한 관계자는 "액트같은 소액주주 활동을 결집하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밸류업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굳이 정기 주총뿐만 아니라 수시로 목소리를 내고 듣고 하면서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큰 이유"라고 봤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합리적인지 여부는 판단해야겠지만 이들 주주 행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스스로 권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게 좋은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