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감시 취약…수십억 과징금 철퇴
주주권익 소극적…배당 예측 가능성 無
| 한스경제=김은영 기자 | DI동일(서태원 대표이사 부회장)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주요 상장사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사회 운영은 미흡했고, 주주권익 보장은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처리 부정’과 서민석 DI동일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대주주 ‘정헌재단’ 대여금 문제가 불거진 것도 취약한 지배구조와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I동일의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기준 핵심지표 준수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2023년 20%와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시가총액 250대 기업의 평균 준수율인 69.8%에는 미치지 못했다.
DI동일은 총 15개 핵심지표 중 6가지만 준수했다. 전자투표 실시를 비롯해 ▲이사회 성(性) 구성 다양성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내부감사기구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선임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내부감사기구 회의 개최 ▲내부감사기구가 경영 관련 중요정보 접근 절차 마련 등이다.
이사회 부문에서는 6가지 항목 중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준수하지 않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를 충족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준수한 항목은 ‘이사회 성(性) 구성 다양성’이다.
서태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 독립성도 보장되지 않았다.
◆내부감시 시스템 취약, 당국 과징금·감사지정 처분
내부통제정책 관련 준법경영 정책과 내부회계관리 정책, 공시정보관리 정책 등은 있으나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DI동일은 당국으로부터 과징금과 감사인 지정 처분을 받으며 취약한 내부감시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DI동일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결 대상이 아닌 회사를 포함해 재무제표를 과대 계상했다고 판단해 올해 2월 회사에 42억원, 전 대표이사 등 3인 10억5000만원, 신한회계법인 1억800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감사인 지정 3년 처분을 내렸으며, 외부감사인을 ‘안진회계법인’으로 지정했다.
구체적 규모는 2015년 978억원, 2016년 1031억원, 2017년 1116억원, 2018년 1022억원, 2019년 1052억원 등이다.
이와 함께 정헌재단에 DI동일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96억원의 자금을 꼼수로 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재단은 DI동일 지분 12.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사장은 서태원 부회장의 부친인 서민석 회장이다.
대여승인 과정에서 DI동일의 내부감사가 재단 사무국장을 겸직한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결과 같은 내부의사 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재단으로부터 충분한 담보를 보장받는 등 적절한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DI동일 서민석 회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2명, 상근감사 등 4명을 상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회사 측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부실한 내부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김종태 세진회계법인 이사를 새로운 감사로 추천, 지난 3월 주총에서 통과시키며 ‘개미의 역전승’이라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DI동일 이사회는 최근 내부감사와 관련해 또다시 잡음을 일으켰다. 2018년까지 안진회계법인 부대표였던 이길호 후보를 상임감사로 앉히려 시도해서다. 이에 주주들은 장준호 DI동일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상임감사 후보로 추천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앞서 김종태 감사는 현재 사임한 상태다. DI동일은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상임감사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주주권익 외면, 의사결정권 보장 외면
집중투표제도 채택하지 않아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성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시 소액주주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3월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은 집중투표제와 보상위원회 도입을 주장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DI동일 측은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상법에 따라 소수주주의 이사후보 추천 권리가 보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주주들의 의사결정권 보장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를 비롯해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DI동일은 주주총회 2주 전에 소집을 공고했으며 주주총회를 주주총회 집중일에 개최했다. 당국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보장을 위해 여러 상장사가 같은 시기에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결산일정 및 주주총회 운영을 위해 집중일에 개최했다”고 말했다.
배당과 관련해 회사는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DI동일 측은 “배당 관련 정보를 결산일 10일 전 ‘주식배당결정’ 및 주주총회 3주 전 ‘현금, 현물배당결정’ 공시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배당 규모가 확정된 뒤에 이뤄지는 통보이기 때문에 주주가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
전자투표는 실시하고 있다. DI동일은 지난 2023년에는 전자투표를 진행하지 않았고 2024년부터 도입했다.
DI동일 관계자는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등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2027년까지 준수율 60%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I동일은 서태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오너 2세인 서민석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아들인 서태원 부회장이 입사 11년 만에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은영 기자 eunzer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