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주가 하락을 부르고 주주권익을 훼손하는 인수·합병(M&A) 등 경영활동을 저지하고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소액주주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사측이 본업과 무관한 기업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가 인수를 철회하고 금감원 관련 제도(유상증자 중점심사)까지 바꿔놓은 이수페타시스 사태는 소액주주들이 권리 찾기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이수페타시스 사태는 현재 소액주주들 주주행동의 기폭제가 돼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 사태 후 개인투자자 대상의 별도 기업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주주들은 개인투자자를 의식한 기업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보고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이수페타수스 소액주주들은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조만간 발표될 밸류업 계획에 집중하고 있다.
11일 이천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재로서는 사측이 3~4월경 약속한 밸류업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희 소액주주들은 이달 31일 주총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주가가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외부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본다"며 "밸류업 내용을 보고 내실 여부를 따져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날(10일) 종가 기준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3만5800원이다. 이날 갑작스럽게 1400원 가량이 빠지긴 했지만 최근까지 주가는 3만7000원 정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주주행동을 위한 플랫폼 '액트'에 모인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은 2478명이다. 주식수로는 389만2486주로 지분율은 6.15% 정도다. 소액주주별 보유 주식수는 1000~5000주로 다양하다. 최대 3만~5만주를 보유한 주주도 있다.
지난해 기준 이수페타시스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은 2.4% 확대된 8368억원, 영업이익은 68% 늘어난 1042억원, 당기순이익도 60% 증가한 761억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공장 증설로 매출이 늘고 수익성 개선에 따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실적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수페타시스는 본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성과를 내오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사태는 한마디로 본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업 인수 등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8일 반도체 기판 제조기업인 이수페타시스는 장 마감 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500억원의 유상 증자 계획을 알렸는데, 이 가운데 약 3000억원 가량을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기업 '제이오' 인수에 쓰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주가는 2만5000원 밑으로 빠지면서 2000년 8월 상장 이후 가장 큰 폭(22.68%)으로 폭락했다.
이후 전기차 캐즘(일시 수요 정체)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증권사들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는데, 반도체 생산기업으로서 이차전지업과는 시너지가 불문명한 데다 장 이후 공시 시점도 기습적인 올빼미(오후 5시47분부터 6시49분 사이) 공시로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논란을 불렀다.
이수페타시스 한 소액주주는 "주가는 급락하고 이차전지 자회사도 따로 있는 상황에서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 유증으로 인수를 한다니 들고 일어났던 것"이라며 "대거 주주들 항의가 시작된 지 2개월여만에 핵심 사업인 반도체 관련 사업에만 투자하겠다고 공시를 정정하며 사측은 최종 인수를 철회했다"고 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6번의 정정 공시를 낸 끝에 지난 1월23일 제이오 인수는 최종 없던 일로 공시했다. 같은 날 유증 규모도 공장 증설과 준공 등 시설 자금 등을 목적으로 2500억원 가량으로 줄였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증 2500억원에 더해 보유 현금과 금융권 차입을 통한 1500억원까지 공장 시설 등에 총 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인수 철회가 가시화하면서 주가는 다시 뛰기 시작해 4만원까지 치솟았다. 주가는 종가 기준 2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상황이다.
이수페타시스 사태는 금융감독원 제도 변경까지 이끌어냈다. 주주권익을 훼손할 수 있는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점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크게 ▲주식가치 희석 여부(증자 규모와 증자 비율·할인율)를 판단하고 ▲일반주주 권익 훼손 여부(신사업 투자·경영권 분쟁 발생)도 살핀다. 이외 ▲재무 위험 과다(3년 연속 재무 실적 부실 등 한계기업) ▲주관사 주의 의무 소홀(기업공개(IPO) 후 실적 괴리율·듀 딜리전스 소홀)까지 4가지, 세부 7가지 중점심사 선정 사유를 어기면 집중 점검한다.
시장 한 관계자는 "본업과 상관 없는 인수 등 논란을 부른 경영활동을 놓고 소액주주들이 나서면서 대주주 전횡을 막는 전기가 돼줬다"며 "또 이 과정에서 형식적인 개인투자자 기업설명회를 거부하고 사측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요구해 금감원 유증 점검 방침까지 이끌어낸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봤다.
이천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예전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사측의 소통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상황이라 긍정적"이라며 "주주들도 결집해 상반기 시행 예정인 밸류업 계획 발표 이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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