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 정재원·박상언과 함께 출전한 이승훈이 레이스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 정재원·박상언과 함께 출전한 이승훈이 레이스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14일 막 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빛 물결뿐만 아니라 검은 그림자도 함께 확인했다. 특히 종목별 세대교체와 훈련 시설 보강은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종목은 마냥 웃지 못했다.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 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땄다. 당시 쇼트트랙(금5·은5·동3)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승훈(37)은 4관왕으로 빛났고, 김보름(32), 김민석(26·헝가리) 등 남녀 중장거리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 장거리 선수들 중 개인전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호성적을 낸 건 남자 5000m에서 4위를 기록한 이승훈뿐이다. 중거리도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간판이었던 김민석이 음주 운전 사고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지난해 헝가리로 귀화하면서 이후 공백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승훈은 “많은 유망주들이 훈련량이 많고 힘든 중장거리를 꺼린다. 나를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꾸준히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훈련 환경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훈련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은 서울 태릉 빙상장과 강릉 스케이트 오벌뿐이다. 그마저도 강릉 경기장은 사업성 문제로 얼음을 걷어낸 상태다. 태릉 빙상장은 노후화 문제가 심해 훈련 환경이 열악하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획득,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획득,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도 훈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대회 여자 100m, 팀 스프린트 금메달 등을 목에 건 이나현(20)은 “태릉 빙상장은 많이 노후했다. 웨이트 훈련장은 매우 춥고 빙질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점들이 개선된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남자 1000m, 팀 스프린트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32)도 “경기장이 개선되면 스케이팅 인구가 늘고 선수들도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남자 피겨 스케이팅도 ‘포스트 차준환’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써낸 차준환은 2001년생이다. 피겨 선수들이 대개 20대 중반에 은퇴를 결정한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 차준환이 태극마크를 달고 은반 위를 누비는 기간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차준환의 뒤를 이을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차준환과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한 ‘기대주’ 김현겸(19)은 국제무대의 벽을 실감했다. 그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차례나 넘어지며 10위에 그쳤다. 프리스케이팅은 발목 통증으로 인해 기권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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