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9 가격 내리고 옵션 대거 기본 탑재
기아 첫 픽업 타스만·KGM 30년 전 무쏘 끌어와
르노 세닉, 그랑 콜레오스 후속 기대감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지난해 시작된 자동차 내수 시장 침체가 해를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신차로 내수 정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막바지 채비에 한창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뿐만 아니라 KGM, 르노코리아까지 4개 완성차 업체가 대표선수급의 신차를 선보이면서 업황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특수차 포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각각 4만6054대, 3만8412대를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 7.5%, 14%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KG모빌리티와 한국GM은 내수 판매량이 각각 2300대, 1229대에 그쳤다. 2024년 1월 대비 판매량 감소율은 38.9%, 57.5%를 기록해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전년 대비 유일한 성장세를 보인 르노코리아도 월별로는 내림세다. 지난달 그랑 콜레오스를 2040대 파는 등 총 2601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실적은58.1% 늘었다. 다만 직전달 대비로는 -63.3%의 역성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2개월 연속으로 6000대 이상의 실적을 내던 그랑 콜레오스 신차 효과가 하강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구매 심리가 바닥을 친 경향이 컸다. 리서치 업체 나이스디앤알이 지난달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 심리 지수는 66.0으로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 시장 부진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자동차 교체 주기를 늦추는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올해 쏟아질 신차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신차 흥행이 장기적으로는 내수 진작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그랑 콜레오스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경기 침체에도 반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먼저 주목되는 모델은 아이오닉9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의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전계약을 통해 공개된 아이오닉9 7인승의 시작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기준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6715만원이다. 동급 EV9(7337만원)보다 600만원 이상 저렴하다. 1억2000만원을 상회하는 테슬라 모델X 대비로는 절반에 가깝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적용하면 6000만원 초반대에 3열 전기차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주행 보조 시스템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한 점도 호평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에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보조 2 ▲후방 교차충돌방지 보조 ▲전후방 주차거리 경고 ▲안전하차 보조 ▲후석승객 알림 등 안전 편의사양을 전 트림에 통일 탑재했다.
아울러 아이오닉의 상징인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와 12.3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도 모든 트림에 변경없이 동일하게 적용했다.
기아와 KGM은 픽업트럭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 기아는 첫 픽업트럭 타스만, KGM은 무쏘 EV(프로젝트 O100)를 출시한다.
기아가 처음으로 픽업 시장에 선보이는 타스만은 현대차그룹을 통틀어 국내에 출시하는 첫 픽업트럭이다. 4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타스만은 1777종의 시험을 1만8000회 이상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81마력(PS), 최대토크 43.0kgf·m, 4WD 시스템인 샌드, 머드, 스노우 등 터레인 모드를 갖췄다. AI가 노면을 판단해 적합한 주행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오토 터레인도 지원한다.
오프로드 환경에 최적화한 ‘X-프로’ 모델도 눈에 띈다. X-프로 모델은 기본 모델 대비 높은 252mm의 최저지상고를 갖춰 험준한 지형 주행에 강하다. 프론트 언더커버, 17인치 전용 휠, 올-터레인 타이어를 적용했다.
KGM은 지난 1993년 쌍용자동차 시절 출시한 '무쏘'를 픽업트럭 통합 브랜드명으로 낙점했다. 한국 첫 SUT(Sports Utility Truck) 무쏘 스포츠의 헤리티지를 잇는 신규 픽업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무쏘는 벤츠의 엔진과 보그워너의 수동기어 등을 탑재, 1995년 3만대 이상이 팔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한 모델로 꼽힌다.
브랜드 무쏘를 출범한 KGM은 무쏘 EV 출시를 1분기로 확정했다. 30여년 전 전성기를 이끌던 차명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KGM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O100 콘셉트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긍정적인 반응도 이끌었다. 전기차의 운영 경제성, 픽업 본연의 용도성, 실용적인 스타일, 다양한 스타일의 커스터마이징 연출 등이 특징이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으로 그랑 콜레오스의 명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닉은 르노의 AmpR 플랫폼 기반의 순수 전기차다.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625km다.
세닉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2024 올해의 차’에 오르기도 했다. BMW 5시리즈, 푸조 E-3008·3008, 기아 EV9, 볼보 EX30, BYD 씰, 도요타 C-HR 등을 제치고 영예를 차지했다. 공식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기존 모델 대비 향상된 성능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끄는 신차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경기가 어렵더라도 차를 바꾸는 경우에는 신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