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부과 확정
멕시코 공장 돌리는 현대車그룹 3사 사정권
최악 땐 韓 관세 포함…제네시스도 '불안’
“美 투자 확대·관세 예외 조항 조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확대 폐기에 이어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우려하던 '위기'가 현실화한 셈이다.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관세 부과 대상국인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그룹사는 물론 고급화 전략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지난달 미국에서 각각 5만9355대, 5만7007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4.6%, 11.6%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역대 1월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에서는 싼타페 하이브리드(HEV)와 투싼 HEV가 급증했고 기아에서는 K4, EV6, 카니발 등의 판매량이 20% 이상 늘어나는 등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현지에서 4852대가 팔린 제네시스도 13.7% 성장세를 나타냈다.

현대차와 기아가 새해 첫달 호실적을 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 폐기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2월 초입부터 관세 폭탄을 투하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추가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인건비에 미국-멕시코-캐나다로 이어지는 자유무역협정(USMCA)의 혜택을 본 멕시코가 25%의 고율 관세의 중심에 서면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전체가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이 있다. 3개 회사 모두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다. 기아는 지난 2016년 완공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산 40만대 규모로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은 생산 차량의 70%, 약 28만대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로 선적한다. 지난해에는 8월 기준 누적 생산량 2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내왔다.

기아 멕시코 공장/ 연합뉴스
기아 멕시코 공장/ 연합뉴스

현대모비스도 같은 시기 몬테레이에 공장(Hyundai Mobis Mexico, S. De R.L. De C.V.)을 설립,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주로 기아 몬테레이 공장에 모듈 등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출액은 2023년 1조8722억원, 2022년 1조7676억원, 2021년 1조2085억원 등으로 우상향했다.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1조5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기아 미국 실적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이 밖에 현대트랜시스는 2014년 설립한 파워트레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로 멕시코를 미국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던 현대차그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기아를 필두로 이들 업체는 수출국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출을 우회하더라도 개별 시장 특성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도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한국이 관세 대상 리스트에 오를 경우 부족한 미국 생산량만큼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흥국증권은 이와 관련 "대만, 한국, 베트남, 캐나다, 태국은 2018년과 비교해 100% 이상 미국의 무역 적자가 확대된 대상국”이라며 “보편 관세 도입 시 관세 부담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의 사례와 같이 선별적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라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해외 공장별 판매 현황을 보면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은 지난해 GV70 2만1398대, GV70 전기차 2648대를 팔았다. 같은 해 제네시스 미국 전체 판매량(7만5003대)의 32% 수준이다. 이를 제외한 전량은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가 독단적으로 제네시스의 미국 생산 차종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차종 생산을 해외로 옮기는 경우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약이 있어서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해외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 계획 확정 시 조합에 설명회를 실시하며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하여 심의,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전쟁이 트럼프의 미국 내 투자 유도를 위한 엄포라는 분석과 함께 예외 가능성을 조율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엄포를 놓은 뒤 투자를 유도해 이를 유예해 주는 형태를 보여왔다"며 "한-미 FTA를 강조하면서 2~3년간 미국 공장 증설 계획과 수출량별 관세 예외 조항 등을 설득해 세부 조항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미 FTA는 생산지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한국이 보편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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