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금호·넥센 등 작년 美 의존도 30% 육박
북미, 고부가가치 매출 비중 높아 중요 시장
생산 현지화는 태부족…한국·금호 생산력 낮아
美 공장 없는 넥센까지…반덤핑 악몽 재현 우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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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최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불씨가 자동차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부품사인 타이어 업계로 번질 모양새다. 미국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반면 이들 3사의 미국 공장 생산능력은 턱없이 낮아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늑장 대응을 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반덤핑 관세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4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3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북미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타이어 3개를 팔면 1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린다는 의미다. 업체별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3분기 북미에서 누적 1조77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유럽 다음으로 높다. 전체 매출액 대비 25.8%를 차지했다.

금호타이어는 북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파이가 가장 컸다. 작년 1~3분기 금호타이어의 북미 시장 누적 매출액은 1조154억원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넥센타이어는 5427억원의 매출엑을 북미에서 기록해 전체 매출의 25.2%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북미 시장은 매출뿐만 아니라 고수익 상품의 판매 비중도 높다. 업계에서는 18인치 이상의 승용차용(PC)과 경트럭용(LR) 타이어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는다. 일반 상품 대비 손에 쥐는 이익이 큰 제품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3분기 북미에서 판매한 타이어 중 이들 상품 비중이 54.6%로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각각 48%, 49.4% 등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꼽히는 18인치 이상의 승용차용(PC)과 경트럭용(LR) 타이어 비중이 6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하는 등 높은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에서 거두는 수익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의존도가 크다는 의미다. 반대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별 관세나 보편 관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타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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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타이어 3사 가운데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7년 준공한 뒤 운영 중인 테네시 공장을 돌리고 있다. 포드와 GM, 닛산 등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주에 공장이 있다.

문제는 생산능력이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미국 공장 생산능력은 각각 연간 500만본, 330만본인데 이는 양사의 타지역 공장보다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타이어가 거점으로 생산 중인 중국(3350만본), 한국(3250만본), 헝가리(1800만본). 인도네시아(1100만본)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평가다. 한국타이어는 증설분 생산도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버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작년 3분기 기준 한국(2730만본), 중국(1880만본), 베트남(1310만본) 등의 생산능력에 비하면 상당히 규모가 작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매긴 관세 폭탄에 더해 한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면 경쟁력을 잃고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공장이 없다. 당초 넥센타이어는 지난 2023년 5월 약 13억달러를 들여 미국 공장 신설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동남부 지역 8개 주에서 부지를 검토해 같은 해 하반기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양산과 창녕 공장을 필두로 유럽 체코, 중국 청도 공장까지 총 5000만본으로 생산능력을 키우겠다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강화될 '메이드 인 USA' 기조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부지 선정 막바지 단계로 다른 공장들과의 인수·합병이나 합작 등도 열어 놓고 검토 중인 상황이다. 다만 공장 가동에는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결국 이들 타이어 회사들이 미국 공장 부진으로 추가 관세를 맞는다면 반덤핑 관세의 악몽이 다른 모습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신음해온 반덤핑에서 해방된 지 꼬박 1년 만에 또다사 관세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해상 운임, 원자재값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어떻게 확정되는지에 따라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2위 타이어 생산국이 태국일 정도로 국내외 대부분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불가피할 경우 가격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운임과 원자재값의 영향이 큰 타이어 회사 특성상 다각도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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