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오픈소스로 국내 AI 산업 활황 기회...반도체는 HBM 회의론에 몸살
미중 양강체제로 AI 산업 재편...中 AI 5대 천황 모두 AI 생태계 진입 성공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개발 쇼크가 국내 AI 업계도 휘젓고 있다.
설립된지 2년도 안된 신생기업이 미국 빅테크 기업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저사양 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견줄만한 AI를 내놓은데다 오픈소스(프로그램 개발과정에 사용된 소스코드)를 공개했다는 점이 위기와 기회가 뒤섞인 계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가 출현하며 대규모 GPU 구매만이 AI 개발을 이룰 수 있다는 업계 통념이 깨졌다. 딥시크 R1은 개발 투입 비용이 557만달러로 오픈AI o1의 20분의 1 수준인데,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o1을 넘어서는 등 극한의 가성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국내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다.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 없이 유료로 외산 AI를 사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R1이나 메타의 라마 등 오픈소스 모델이 확대된다면 비용 문제는 경감된다. 딥시크 R1은 적은 자원으로 훈련돼 비용 효율적이며, MIT 라이선스로 상업적 사용도 자유롭다. 수학, 코딩, 추론 작업에 특화돼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유용하기도 하다.
이에 국내 증시에선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등 AI 응용 서비스 업체들이 주시되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오픈소스 모델의 성공이 국내 인터넷 업종에 낙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사태로 AI 비용 하락과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메타 AI 등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상용화하는 응용 서비스 업체의 수혜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비용 문제로 AI 혁신에 가담하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이 AI 개발에 뛰어들면 AI 후발주자인 한국도 추격의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무역협회의 2023년 '국내외 기업 디지털 전환 대응 역량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해외 기업보다 1~1.5단계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격차는 1.5~2단계까지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딥시크의 등장은 엔비디아에 악재지만 AI에는 호재"라며 저비용·고효율 모델은 AI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딥시크는 대중화에 첫발을 내디뎠다. 3일 국내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딥시크가 무료 앱 다운로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딥시크 앱 일일 이용자 수는 지난 25일 5000여명에 불과했으나 다음 날(26일) 1만여명, 27일 7만3000여명, 28일 19만1556명으로 증가했다.
딥시크가 성공하면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육성된 AI 산업은 미중 양강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딥시크를 비롯해 중국 AI 5대 천황으로 불리는 문샷AI, 즈푸AI, 바이촨, 미니맥스도 AI 생태계에 진입한 상태다. 이들 기업 투자자는 자본금이 풍부한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29일 딥시크를 능가하는 큐원 2.5-맥스의 개발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딥시크의 충격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몸살을 앓고 있다.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칩 H800을 사용함이 알려지면서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저사양 칩만으로도 우수한 AI 모델이 가능하면 고성능 HBM을 탑재한 AI 칩의 구매 매력도는 적어진다. 국장 '딥시크 쇼크' 첫 거래일인 31일 하루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원 가까이 처분했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저사양 HBM으로 다운그레이드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딥시크에 대해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2E나 HBM3 등 비교적 레거시인 HBM은 중국 기업들도 얼마든지 자체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장기적으로는 AI 시장이 확대돼 결국 최첨단 HBM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