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실적 선방…미국 판매·전기차 성장세 영향
EV9, 세계 올해의 차·올해의 전기차 2관왕…내수 판매 1·2·3위 석권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기아가 매출액 100조원 시대를 맞이한다. 내수 시장 입지, 전기차 기술력 입증, 미국 시장 성장세 등에 강달러가 맞물려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98년 현대자동차 인수 당시 6조원에 달했던 적자는 26년 만에 100조원의 매출로 성장했다. 그룹사이자 최대 경쟁사인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이뤄낸 성과로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다.
2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기아가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 106조939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기록한 역대 최대 매출액(99조8084)보다 7%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59조원을 기록한 2020년 대비로는 2배 가까운 규모다. 영업이익 전망치도 12조7754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전망에는 해외 시장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한다. 기아는 지난해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총 254만3361대를 팔아 전년보다 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역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요 부진과 전기차 캐즘 등으로 험로를 걸어온 데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의 선전과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아 미국 판매법인은 지난해 79만6488대를 팔아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전기차 판매량이 돋보였는데 전년보다 74%가 더 팔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증가율이 12%에 그친 점을 보면 급격한 성장세다. 전기차는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일반 모델보다 수익성이 높다. 출시 초반 다소 부진했던 대형 전기 SUV EV9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성장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EV9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1만7911대가 팔린 바 있다.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EV9은 지난해 미국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열린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에 올라 2관왕을 달성했다. 올해의 차 부문에서는 볼보 EX30, BYD 씰 등 38개 차종과 경합을 펼친 끝에 왕좌에 올랐다. EV3는 핀란드에서 2025 핀란드 올해의 차로 선정돼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EV6로 현대차 아이오닉5보다 다소 늦게 전기차 시장에 참전했지만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새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내수 시장은 주춤했지만 입지는 확실히 다졌다. 내수 판매량 1, 2, 3위를 모두 기아가 차지하면서다. 국내에서 SUV의 인기가 커지면서 쏘렌토와 스포티지, 카니발이 최상위권을 모두 석권했다. 쏘렌토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를 1만7377대의 큰 차이로 제치면서 전년에 이어 SUV 톱 자리를 지켰다. 스포티지와 카니발은 12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46.9%, 36.4% 증가하면서 성수기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강달러에 따른 환차익도 긍정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월 1330원대였던 환율은 올해 1월 들어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수출 중심 사업을 펼치는 기아는 달러값이 비쌀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환율이 증가하면 환차익도 커지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연간 15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까지 영업이익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올해 기아는 신차와 목적기반차량(PBV) 사업으로 다소 어려운 시장 환경에 도전한다. 호주와 미국 시장을 공략할 첫 픽업트럭 타스만과 EV3와 함께 보급형 전기차로 선보이는 EV4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전개하는 PBV 사업의 첫 차종 PV5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인도 공장에서 양산에 돌입한 현지 전략 모델 시로스로 일대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기아는 판매량이 2023년과 거의 동일했음에도 고수익 차종 중심의 믹스 효과로 손익 개선에 기여했다"며 "올해에도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한 믹스 개선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