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MRO 사업 수주 경쟁 본격화...한화오션·HD현대重 참여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국 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 확대와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전에서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21년 이후 글로벌 신조선 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의 신조선 수주 점유율은 2023년부터 급격히 하락해 20% 내외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2019년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지난해 11월 기준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그간 국내 조선업계가 강세를 보인 대형 유조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복귀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규제가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전망이 다시 밝아지고 있다.
화석연료의 부활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LNG 생산업체들의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 LNG 수출량이 증가하고 글로벌 LNG 교역이 다시 활기를 찾는다면 전세계 LNG운반선 수주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 국내 조선업계는 발주량 확대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한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관련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불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에 초점을 맞춘 행정 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약 3-4년 후 LNG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현재 대부분의 조선사 도크가 향후 2-3년치 물량까지 채워진 만큼 올해 LNG운반선 수주 흐름은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며 “특히 한화오션의 상선 수주잔고 내 LNG운반선 비중이 약 80%(금액 기준), 전사 내 비중이 약 60%인 만큼 LNG시장 규모 확대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동맹국과 조선업 협력 기대...HD현대重 “올해 2-3척 시범사업 참여 계획”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중국을 향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쇠퇴한 자국 조선업 대신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미 해군 함정의 MRO 외주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는 당선을 확정지은 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박 수출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냈바 있다.
그중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함정 건조보다 단기간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MRO 사업이 양국 간의 새로운 협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에서 2029년까지 636억2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 미국 시장만 연간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미 해군 MRO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함정 MRO 사업의 대표 주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기본입찰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Wally Schirra)’호와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USUN Yukon)’함의 MRO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또한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해 현지에서 신조와 선박개조작업을 수행할 기반을 마련했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외국 조선소에서 함정 건조가 불가능한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주 가능성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MRO 사업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경영진 신년간담회에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MRO 사업 수주를 위해 4번 도크를 비우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4번 도크는 군함 1척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이다.
이날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MRO 사업은 올해 초반 제한 경쟁으로 2개 프로젝트가 발주됐지만 울산조선소에 도크가 없어 입찰에 불참했다”며 “다음 프로젝트가 오는 2월 입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시작으로 올해 2-3척 정도의 시범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선 올해 미 해군이 10척 안팎의 MRO 물량을 추가로 발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현지 투자도 검토 중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 본토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나 임대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가 자국 조선업 강화를 목적으로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한 점도 국내 조선업계의 호재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4명은 일명 ‘선박법(SHIPS Act)’이라 불리는 ‘미국 조선 및 항민 인프라 번영과 안보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선적 상선수를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국 상선을 활성화해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유사시 군수 화물 운송 등 안보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해상 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미국 조선소의 제한된 생산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국내 조선소의 참여가 기대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주들이 당장 내년부터 한국과 일본 조선사와 2029년 납기 상선 건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공동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의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비롯해 현재 미국 내 조선소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의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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