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선업 맹추격...“성급한 가격 경쟁보다 전략적 대응 필요”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국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나란히 흑자를 기록하며 조선업 호황을 증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모두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중심으로 높은 신조선가, 고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확대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의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선업계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6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25조5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4341억원으로 408% 급증했다고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매출 14조4865억원, 영업이익 705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1.1%, 294.8% 증가했다. HD현대삼호도 매출 7조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236억원으로 139.8% 성장했다. HD현대미포는 매출 4조6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고, 영업이익 885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올해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전 사업 영역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조선 부문의 양호한 실적 흐름이 지속되는 만큼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또한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은 502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24%, 115%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건조가 본격화되면서 매출과 수익성 개선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6300억원을 제시했다.
이에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FLNG와 소형 부유식 LNG 생산설비(ZLNG) 3기 프로젝트 동시 진행에 따른 매출증대 효과와 원가 절감 등으로 시장 기대치는 무리없이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매출 10조77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2379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비중 확대와 잠수함 신조, 창정비 프로젝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건조 확대, 잠수함 3척 신조, 미국 MRO 사업 확대, 해양 신규 프로젝트 착수 등을 통해 올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동안의 공정 지연을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본격 건조, 초격차·친환경 기술 선도 등을 차질없이 실행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선박 발주 감소 속 K-조선은 ‘안정세’....中과의 경쟁 지속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LNG선과 MRO 사업 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4500만CGT, 발주액은 34% 감소한 135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업계 또한 수주량이 전년 대비 7% 감소한 1020만CGT, 수주액은 10% 감소한 325억달러가 예상되지만, LNG선과 MRO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우선 정책으로 미국발 LNG선과 대형 유조선의 발주가 일부 기대되며, 한국과의 조선협력 요구 분위기로 물량 수주에 유리한 면이 있다”며 “미국이 강경한 대중 정책을 천명하는 만큼 중국산 선박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선주들의 한국행 발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연초부터 대규모 LNG선 수주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3조7160억원 규모의 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LNG운반선 1척을 3796억원에 수주하며, LNG운반선 수주잔고를 84척, 191억달러 규모로 확대했다.
MRO 사업도 국내 조선업계에서 기대되는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MRO 사업 2건을 수주했으며, 올해는 6척 수준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또한 올해 시범사업 형태로 2~3척의 MRO 수주 목표를 세웠다. 정우만 특수선 사업부 상무는 “생산능력(케파)의 경우 법적으로 허용된 물량이 많지 않아 한동안 무리한 케파 확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쟁은 여전히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영국 선박가치 평가기관인 베슬벨류(VesselsValu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LNG선 68척을 수주해 6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중국도 41척(38%)을 수주하며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양종서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신조선 가격이 높아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해도 충분한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조선사가 가격 인하를 통한 점유율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조선사 역시 일감 확보를 위해 강력한 가격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한·중 조선사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89.38로, 지난해 12월(189.16) 대비 0.22 상승했다. 이는 작년 1월(181.16) 대비 5%, 2021년 1월(127.11)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9% 상승한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성급한 가격 인하 전략을 채택하기보다는 현재 충분한 수주잔량을 고려해 대내외의 변수와 시장 흐름을 주시하며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여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정치적 변수가 많아 종합적인 판단 하에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기자 yuting403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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