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업계 영향...통상정책 대응 방안 마련
“수출시장 다변화‧중국 대체 국가로 위상 제고 반사이익 기회 삼아야”
현대차, 트럼프 취임식 100만달러 기부...정의선 회동 추진
트럼프 관세 예찬./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예찬./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에 부정적 입장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의 변화에 대해 우리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면서 부정적 시각을 표명했다. 이에 국내 산업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이면서 미국 현지에 가장 많은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칩스법'의 영향을 받는다. 두 회사는 모두 지난 연말 미국 정부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 칩스법의 축소나 폐기 가능성도 지속 제기되면서 실제 지급되기 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또 현지 투자에 대한 요구 조건을 강화하거나 중국에 대한 메모리 수출 제재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대중국 규제와 보호무역주의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지만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로 일부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로 생산시설을 가동하거나 새로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업계도 트럼프 당선인의 전동화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축소 혹은 폐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작년 전체 대미 흑자의 60%를 차지하며 대미 수출을 이끌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완성차 수출 관세 인상과 전기차 세액 공제 축소로 미국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정부는 중동산보다 비싸지만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관리하고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 산업은 화석연료 생산 증가와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로 친환경 정책이 약화될 전망이며 조선 산업은 LNG 및 LPG 수요 증가로 한국 조선업에 긍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긴박한 처지에 몰려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관세 대응과 미국 현지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만큼 주요 그룹들도 직접 나서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아마존, 오픈AI, 메타 등 주요 빅테크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완성차 기업들의 기부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관세 정책 대응 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추후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현지 대관 조직과 로비업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과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사업 현장을 점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현장 방문 후 멕시코 법인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대관 조직인 SK아메리카스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하고 있고 LG그룹도 LG워싱턴사무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하고 있다.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한 최 회장은 현지에서 사업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8일(현지 시각) ‘CES 2025′에서 “중국 시장은 생산 관점에서 보느냐, 시장 관점에서 보냐에 따라 다르다”며 “중국이 생산 거점 역할이 안 된다고 생각해 철수할 수는 있어도 시장 관점에서 아직 크기 때문에 그 자체를 전부 포기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2일 발간한 '2025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해 통상 환경을 좌우할 요소 5가지로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 △관세(Tariff) △중국발 공급과잉(Oversupply) △자원(Resources)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 등을 꼽고 그 영문 앞 글자를 따 우리 기업에 험난한 ‘풍파(STORM)’와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보편관세, 상호관세, 대(對)중국 고율 관세 등을 언급하면서 보편관세의 경우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보고서는 보편관세가 전 품목에 적용하기보다는 특정 국가와 품목을 지정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 및 통상법 301조 조치의 경우 대상 품목이 자동차와 반도체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역내 제조업 육성과 밀접히 연결된다고 봤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CHIPS) 등 보조금 지급보다 고율의 관세를 활용한 '채찍'을 활용해 국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유도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를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2025년 글로벌 통상환경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각국의 제조업 부흥 지원 경쟁으로 수출기업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해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런 상황이 우리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수출시장 다변화, 중국 대체 국가로서의 위상 제고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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