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산 항암제 최초 FDA 허가…美 시장 공략 잇달아
삼성바이오로직스 ‘황제주’ 재등극…알테오젠은 코스닥 ‘대장주’
명맥 끊긴 국산 신약…2년 만에 37‧38호 줄줄이 탄생
유한양행, 셀트리온, GC녹십자 전경. /각 사 제공
유한양행, 셀트리온, GC녹십자 전경. /각 사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올 한 해 K-제약바이오는 국산 항암제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는 등 글로벌 시장애서 역사적인 성과를 잇달아 이뤄냈다. 

글로벌 활약에 힘입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증시에서 맹위를 떨쳤고 잠시 명맥이 끊겼던 국산 신약이 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 사로잡은 K-의약품

셀트리온은 올해 3월,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인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를 미국 전역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본격 돌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획득한 짐펜트라는 중등도 내지 중증의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특히 짐펜트라는 지난 10월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 공-사보험 계약을 모두 확보했다. 보험사와 처방의, 환자 등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처방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한테 통하는 접점을 두루 확대한 만큼 짐펜트라의 처방 성장세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짐펜트라는 미국 보험 시장에서 90% 이상의 커버리지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영업 활동을 더욱 공격적으로 이어가면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등극시키기 위한 기반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짐펜트라는 내년 약 7000억원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FDA 시판 승인을 받은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도 올해 7월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알리글로는 6곳의 PBM·GPO(의약품구매대행사) 계약 및 3곳의 보험사 등재를 통해 당초 목표로 한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80%를 확보했다. 또 녹십자는 이달, 미국 혈액원 ABO 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급한 문제로 지목됐던 혈액원 확보도 해결됐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알리글로 매출액은 598억원으로 전망된다(3분기 306억원, 4분기 292억원 예상)”고 내다봤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알리글로 연 매출은 보수적으로 1548억원으로 추정했으나 혈액원 인수가 완료될 경우 즉시 상향 조정 할 수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8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이 얀센의 이중항체항암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으로 FDA 문턱을 넘으면서 새 역사를 썼다. 

지난 2018년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권리를 총 1조 4000억원 규모로 렉라자를 기술수출한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얀센으로부터 수령한 누적 기술료가 2억 10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렉라자는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데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추가 기술료 유입이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알테오젠 전경.. /각 사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알테오젠 전경.. /각 사 제공

‘황제주’ 재등장…코스피·코스닥 점령한 제약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주가가 한 때 1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며 이른바 ‘황제주’ 자리를 되찾았다. 이는 지난 2022년 5월 9일 이후 약 3년 여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은 사상 최초 연간 누적 수주 5조원 돌파라는 성과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 3월 올해 첫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시 기준 총 12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해 총 약 5조 4000억원의 수주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전역에서 초대형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지난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 4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시작으로 지난 10월에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 7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11월 유럽 소재 제약사와 체결한 총 9304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포함하면 올해만 총 3건에 1조원 규모 ‘빅딜’이 이뤄졌다.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이 162억 달러(약 23조 7686억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 최초로 연매출 4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새롭게 쌓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삼성바이오의 누적 매출액은 3조 2900억원에 달하며 올 3분기 매출만 1조 1870억원에 이르는 만큼 신기록 달성은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은 자체 개발 기술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월 양극재 회사 에코프로비엠을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것. 

알테오젠의 자체 개발 기술인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특히 미국 머크(MSD)의 블록버스터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SC 제형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이 공개돼 주가가 폭등했다. 키트루다SC가 출시된다면 머크로부터 3년 내 총 1조4000억원에 이르는 기술료 유입이 기대된다.

회사는 지난 11월에도 다이이찌산쿄와 ADC(항체-약물 접합체)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SC 제형 개발, 판매 관련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2000만 달러(약 293억원)다.

37호 국산 신약 '자큐보'. /제일약품 제공
37호 국산 신약 '자큐보'. /제일약품 제공

명맥 끊겼던 국산 신약, 올해 2개 탄생

지난 2022년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 이후 명맥이 끊겼던 국산 신약이 올해는 2개가 잇달아 등장했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 4월 37호 국산 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허가 받았다. 자체개발 신약을 출시하는 것은 제일약품 65년 역사상 처음이다.

자큐보는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빠른 약효 발현과 긴 지속 시간이라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본격 출시돼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는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38호 국산 신약이 됐다.

다중-타깃 신약개발 원천기술을 통해 발굴한 약물 어나프라주는 세계 최초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로 임상 단계부터 마약성 진통제 대비 부작용이 낮고 중독위험이 없으면서 빠른 진통효과를 보여 의료계에서 ‘게임체인저’ 평가를 받아왔다.

어나프라주는 마약성 진통제 이외의 대체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 치료제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보존제약 측은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혁신신약(First In Class) 1호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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