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 등으로 어려움 겪어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 출범 무산 유감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2024년 제약바이오 분야를 돌아보면 그 어느 때보다 빛과 어둠이 명확한 대비를 이루는 한 해를 보냈다.
기업들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P-CAB 제제 신약 '자큐보'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국산 폐암 신약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된 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동아ST는 '스텔라라', '아일리아', '프롤리아'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기준 글로벌 기업들과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 총 11건을 체결하며 누적 수주액 5조 3000억원을 달성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역시 총 1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 3건을 체결하며 역대 최대 규모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신규 모달리티 확보에서도 청신호를 켰다. 한미약품의 경우 세계 의약품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를 '한국인 맞춤형'으로 개발키로 해 주목받았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 영역인 방사성의약품(RPT) 분야에서 선도적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반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래를 향한 전력 질주의 이면에는 '투자 심리 위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기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바이오 산업 주요 이슈 1위는 투자 심리 위축(71.2%)이 꼽혔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 산업 투자 전망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공개에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해 기업가치는 개선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이끌 범부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정부는 바이오를 3대 게임 체인저 중 하나로 지목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양성·지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부처별로 제약바이오 분야 지원계획이 달라 통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설립해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로서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할 계획을 수립했다. 기업들 역시 정부의 통합적·집중적 관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한 채 좌초할 위기에 빠졌다.
한국바이오협회와 글로벌 금융데이터 서비스 기업 피치북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글로벌 VC(벤처캐피탈)들의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M&A(인수합병), 라이선스 인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가오는 기회를 잡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부디 여러 혼란이 잘 마무리돼 제약바이오 분야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빛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