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특위 가동 중단, 개혁안 표류
의료계, 의대증원 백지화 목소리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탄핵소추안 통과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함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조사를 받으면서 정부의 의료개혁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이끌게 됐지만 비상계엄 포고령 여파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중 비급여,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의 2차 의료개혁 방안을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특위 회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고, 의사단체들이 전부 탈퇴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도 불참을 검토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이 이날 오전 1, 2차관, 각 실장 및 주무 국장 등 주요 간부가 참석한 긴급간부회의를 개최하고 “국민께서 일상에서 불안과 어려움이 없도록 모든 직원은 흔들림 없이 각자에게 부여된 소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지역·필수의료 강화대책 등 보건복지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내년 1월 적용되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인상(6.42%), 기초연금액과 장애인 연금액 인상(2.6%), 노인 일자리 확대(103→110만 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확대·강화되는 각종 복지사업 시행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하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깊이 새기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한덕수 총리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정지된 상태이고, 한덕수 총리는 경찰로부터 내란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게다가 조규홍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지난 12일 검찰 특수본 조사를 받았다.

의료개혁을 이끌어갈 수장급의 업무추진 지속성이 불확실해지자,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등 미복귀 의료인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되자, 의료계는 분노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등은 지난 8일 거리로 나서 정부 규탄 집회를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년도 입시가 진행됐음에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및 전면 백지화’라는 주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회와 정부는 의학교육 정상화,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현명하고 빠른 수습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면서 “윤석열의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국정안정협의체도 좋고 어떤 구조이든지 여야를 떠나 국회와 정부는 한마음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의대 입시선발 절차를 일시 멈춘 후 긴급히 총장, 의대학장,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대학별 상황에 맞는 감원 선발 대책을 마련하라”며 “복지부가 현재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조차도 졸속 추진으로 인해 오히려 공공의료 붕괴, 상급종합병원의 양극화, 응급실 과부하 등 숱한 문제점들이 우려되고 있으며 당장 중증질환 정의 등으로 의료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 상황을 ‘구조전환 사업’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채 교수와 PA(전문간호사) 인력으로 버티어 보겠다는 임기응변일 뿐”이라며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든 말든 땜질로 메꾸려는 무책임한 선무당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의비는 “내년 3월에도 그들(전공의·의대생)이 복귀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의 어이없는 의료개악 정책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원이 없는 의대조차 이대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내년부터는 올해 휴학한 24학번까지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나 되는 학생들을 향후 6년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의학교육뿐 아니라 이들이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 이후까지도 비정상적 교육과 수련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명약관화인 의학교육 위기를 총장들은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이라고 말했다.

전의비는 “고등교육법상의 사전예고제를 위반해 공지된 올해 5월 모집요강이 아니라, 2023년에 공지된 모집요강이 원칙”이라며 “대규모 휴학으로 인해 늘어날 내년도 예과 1학년생 상황을 고려하면 3058명에서 선발을 대폭 줄이거나 선발하지 않는 것이 사실 올바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을 비롯해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등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환영하면서 “의대증원 등 의료 대란을 초래한 위법적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뜻과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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