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백일해 환자 전년比 111배↑…2개월 미만 영아 첫 사망자까지
마이코플라즈마 올해 첫 유행주의보 5개월째 지속
정부 합동 대책반 가동…임신부 예방접종‧종합 진료지침 마련 등 총력
독감 예방 접종 받는 아기. /연합뉴스
독감 예방 접종 받는 아기.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올해 백일해‧마이코플라즈마 등 소아 감염병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달 들어 첫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정부는 합동 대책반을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26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전수감시 중인 올해 전체 발생한 백일해 (의사)환자 수는 3만262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92명 대비 약 111배에 달하는 규모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흡’ 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 양상을 보인다.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백일해는 지난 7월 정점(29주, 3376명) 이후 방학을 맞아 감소세를 보였으나 추석 연휴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주간 환자 수는 ▲42주 1563명 ▲43주 1800명 ▲44주 1748명 ▲45주 2023명까지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13~19세가 1만4695명(45.0%)으로 가장 많았고 7~12세가 1만3768명(42.2%)으로 7~19세 학령기 소아‧청소년이 전체 87.2% 차지했다. 또 0~6세 환자수는 1136명(3.5%)으로 8월 이후 증가하면서 44주 이후 0세 영아의 신고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달 초 국내 백일해 첫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사태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이 확인된 생후 2개월 미만 영아는 입원 치료를 받다 증상 악화로 지난 4일 숨졌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백일해 첫 사망자 발생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일해 뿐만 아니라 모든 소아 감염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유행하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호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만 되풀이했다. 이번 백일해 영아 사망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질타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 6월 마이코 플라즈마 유행주의보를 최초로 발령했지만 5개여 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올해 45주 기준 마이코플라즈마 입원 환자는 2만36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99명)에 비해 8.8배, 재작년 같은 기간(1257명)에 비해 18.8배에 달할 정도로 국내 유행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더군다나 12세 이하(1만6770명)가 전체 환자의 71%를 차지해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에 의한 급성 호흡기감염증으로 비말을 통해 감염된 후 23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지속적인 기침, 발열, 인후통,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26주까지 기침과 전신 쇠약이 지속될 수 있으며 드물게 피부 홍반이나 관절염, 수막염, 뇌염 등 호흡기 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두 감염병의 환자 수가 총 5만6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이례적인 감염병 확산세에 2개 이상의 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소아청소년병원에 입원한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코로나19, 백일해 등 감염병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소아청소년병원 5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입원한 소아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의 비율이 9대 1이라는 응답이 전체 61.5%를 차지했고 9.5대 0.5가 17.2%, 8대 2가 7.6%, 9.8대 0.2가 5.7%를 기록했다. 2% 응답을 받은 비율은 9.9대 0.1, 10대 0, 7대 3, 9.7대 0.3이었다. 단순 합산할 경우 입원환자의 10명 중 9명 이상이 감염병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90%를 넘었다.

특히 입원환자 중 가장 많은 소아 감염 질환은 마이코플라즈마로 전체 19.9%를 차지했으며 백일해도 5% 비중을 보였다.

 정부는 최근 동절기 호흡기감염병의 체계적인 예방・관리를 위한 합동대책반을 구성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동절기 호흡기감염병의 체계적인 예방・관리를 위한 합동대책반을 구성했다. /연합뉴스

감염병 유행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최근 정부는 질병청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호흡기감염병 유행 동향 및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또 동절기 호흡기감염병의 체계적인 예방・관리를 위한 합동대책반을 구성했다.

주요 대책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기초접종(생후 2‧4‧6개월) 이전 또는 면역체계가 성숙하기 이전인 0세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 임신‧출산진료비 지원사업을 통한 임신부 예방접종을 지속 독려하기로 했다. 또 환자의 밀접접촉자 중 0세 등 고위험군과 고위험군 전파가능자(동거인, 의료종사자, 돌보미)에 대한 예방적항생제 사용을 보건소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아울러 백일해 환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의료기관에서 백일해 양성 진단된 검체를 추가 분석(독소 유전자분석)하고 항생제 내성과 국내 유행 병원체 특성 파악을 위한 유전자 분석 등도 지속한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임신부 백일해 예방접종의 국가필수 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포함 가능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마이코플라즈마의 경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소아감염학회 등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최근 변화한 진단 및 치료 양상을 반영하고 중증도 평가 기준 등을 담은 마이코플라즈마폐렴균 종합 진료지침을 마련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진료지침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질병청은 “지난 2월 질병청과 유관학회가 공동으로 수립한 항생제 내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치료지침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동절기 호흡기 감염병 유행상황 안정시까지 관계부처 및 전문가와 함께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하면서 감염병 유행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책반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제언에 대하여 대응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동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