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규모 10년째 제자리…0.1% 밑돌아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국내 수입차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BMW는 업계에서 재투자에 '진심'인 회사로 자주 언급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협력업체에서 사들인 부품 액수는 연간 매출액과 상응하는 수준을 보여줬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대 규모 물류센터와 충전소 등도 이를 대변한다. 반면 사회공헌의 일환인 기부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ESG 경영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그룹 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협력업체들로부터 45억유로(한화 6조5350억원) 상당의 자동차부품을 구매했다. 작년 전체 매출(6조1066억원)보다 많은 수준으로 직전 연도에 4조5000억원을 투입했던 것보다 45% 늘렸다.
BMW는 지난 2010년부터 지속적인 재투자를 펼치고 있다. BMW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이 회사가 국내 협력사에서 구매한 부품 가격 누적액은 30조7800억원에 달한다. 삼성SDI, 삼성 디스플레이, LG그룹, 한국타이어, 세방전지 등 30여개 업체에서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부품을 비롯해 다양한 부품을 사들였다. 판매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다졌다는 평가다.
가장 두드러진 투자는 안성 부품물류센터다.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이 물류센터는 BMW가 지난 2017년 5만7000㎡ 규모 부지에 약 1300억원을 들여 세운 시설이다. BMW 해외법인 물류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유일의 '세벽 배송'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약 6만여종에 달하는 부품을 보유하고 있는 이 물류센터는 95%에 달하는 부품 가용성이 특징이다. 인공지능 부품 공급 시스템 SRD(Supply & Replenishment for Dealership)을 비롯해 소방·재해 대비 시설, 인체 공학적 설계, 50여개의 냉난방·통풍 시설 등 최적화에 힘썼다.
BMW는 오는 2027년까지 안성 부품물류센터에 65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이를 통해 3만1000㎡를 증축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별도의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를 구축해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BMW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 '차징 넥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1600기 수준인 충전기 대수를 2100기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쟁 업체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내년까지 150기의 고출력 충전 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최근에는 GS칼텍스, LG전자 등과 'BMW 차징 허브 라운지'를 열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마련된 이 충전소는 기존 시설의 개념을 확장, 급속 충전 시설과 실내 카페로 조성됐다. 단일 공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화재 대비 시설도 마련해 확산하는 전기차 포비아에 대응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행보와 달리 BMW는 기부에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하는 업체로도 꼽힌다. 공익 재단인 BMW 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하면서 사회공헌을 내세웠지만 13년이 지난 현재에도 기부금은 고착 상태다.
지난 10년간 BMW 코리아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16억2000만원을 기부금으로 썼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20억원까지 늘리기도 했지만 이내 축소시켰다. 김효준 전 회장이 물러나고 한상윤 사장 체제에 들어선 뒤 대체로 줄었다는 평가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1%에도 못 미친다. 최대 기부액(20억5000만원)을 기록한 2016년 당시 기부금 비중은 0.06%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0.02%까지 축소됐다. 국내 시장에서 2020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으로 매출 성장세를 기록, 지난해 6조원대에 진입한 데 비해 '쥐꼬리'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BMW는 최근 5년간 이전 대비 기부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국내 수입 대비 사회적 기여도가 떨어지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