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철강 시장 침체 지속...“바닥 근접했다”
EU CBAM, 미국 추가 관세 ‘부담’ 작용...원재료 가격 ‘횡보’ 예상
“내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성장 예상”...목표주가 ‘2배’ 유지
포스코홀딩스 / 사진=김근현 기자
포스코홀딩스 / 사진=김근현 기자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글로벌 철강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바닥에 근접했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에 힘입어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2025년)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적인 시행과 맞물려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이 전망됐지만 관련 기업들의 목표주가는 현 주가 대비 2배 수준으로 제시됐다. 증권사들은 철강 원재료 가격 횡보가 예상되나 내년 중국의 철강 수요가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업체 침체 장기화, 그래도 이제는 바닥에 근접한 시점’이라는 제목의 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글로벌 철강 시장, 침체 이어져...특히 중국 침체 ‘심각’

올해도 글로벌 철강 시장 침체가 이어졌다. 중국 철강 유통가격은 9월 중순까지 약세를 지속하며 연초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건설용 강재 중심의 철강 수요가 침체했다. 연초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면서 철강재 가격도 급락했다.

9월 하순에는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발표로 수요 증가 기대감에 철강재 및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부양책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에 고점 대비 약 10% 하락했다.

이와 함께 9월 초까지 중국 철강사들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개보수 및 감산을 실시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중국 철강사들의 재고 상황도 좋지 않다. 여름철에는 감산을 시행했고, 9월부터는 계절적인 수요 회복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철강 수요 회복도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철강협회(WSA)의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에 따르면, 세계 철강 수요가 올해 0.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철강 수요도 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올해 -3.0%, 내년에도 -1.0%로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 철강 수요가 개발도상국들의 계속되는 성장과 선진국의 경기 회복으로 1.2%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하나증권은 내년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 완만히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가 확대되고 있고, 9월 정치국회의에서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와 더불어 1선도시를 제외하고 주택구매제한을 일괄 해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년 중국의 부동산 정책으로 초기 대도시 주택 가격 하단 형성과 준공 리스크 축소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택 준공률이 회복되면 주택 구매 심리가 개선되고 신규 착공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국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신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해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나 완만히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택 재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에도 중국의 철강 수요는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증권은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용 강재 수요 둔화로 올해 중국 철강 수요가 -4.1%. 내년에도 -1.5%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금리인하와 각종 부동산 구매제한 철폐는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부동산 구매 수요 및 착공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성공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공약대로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철강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하나증권은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유사한 추세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부동산 및 인프라 수요가 다소 개선되는,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고조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철광 수요 추이 / 사진=하나증권 ‘글로벌 업체 침체 장기화, 그래도 이제는 바닥에 근접한 시점’ 보고서 갈무리
지역별 철광 수요 추이 / 사진=하나증권 ‘글로벌 업체 침체 장기화, 그래도 이제는 바닥에 근접한 시점’ 보고서 갈무리

◆ EU CBAM·美 철강 추가 관세 부담...원재료가격 횡보 예상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철강 시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6개 품목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시범 도입돼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및 수소 등에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2023년 10월부터 3년간의 탄소 배출량 관련 보고 의무 과도기를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수입업자들은 2026년부터 신고서를 작성하고 초과 배출량에 대해서는 인증서를 구매해 EU에 제출해야 한다. 철강은 현재 EU 내에서도 100% 무상할당이 적용 중인데, CBAM이 본격 시행되는 2026년부터는 10년에 걸쳐 무상할당이 폐지될 예정이다.

CBAM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 EU 수출품 가운데 90%가 철강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알루미늄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을 때 한동안 EU의 수입량이 감소하기도 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8월 발표한 ‘CBAM 도입이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CBAM 도입 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원 수준에서 2034년부터 5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에서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향후 급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CBAM 확정 기간이 시작된 후 한국산 철강을 수입하는 EU 내 업체들도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하면서 국가 철강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하나증권은 CBAM 시행이 국내보다는 인도, 중국, 베트남의 철강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했다. 이들 세 국가는 한국보다 탄소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고 CBAM 도입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미국 정부의 철강 추가 관세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개 행정부 시절 철강 수입 규제로 인해 미국의 철강 수입이 2015~2017년 평균 3336만t(톤)에서 지난해 2558만t으로 23.3% 감소했다. 특히 2018년 이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철강 수입 감소 효과가 5~10% 수준으로 1기 때보다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 대륙 내 기타 국가들과 중국의 수출 차질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증권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을 포함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 비중은 2.2%다. 철강 수입 감소 상당 부분을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단 설명이다.

철강 원재료 가격은 횡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철광석 수입 가격이 철강 수요 부진으로 연초 고점 이후 약세가 지속돼 현재 철강 원재료 가격은 연초 대비 약 30% 하락한 톤(t)당 100달러(약 13만원)를 기록 중이다.

수익성 악화로 철강사들이 감산했지만, 3분기까지는 철광석 수입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연말까지 철강 생산 증가에 따른 철광석 수요 확대가 예상되지만, 높은 수준의 항만 철광석 재고를 감안하면 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하나증권은 내다봤다.

철광 원재료 가격 추이 / 사진=하나증권 ‘글로벌 업체 침체 장기화, 그래도 이제는 바닥에 근접한 시점’ 보고서 갈무리
철광 원재료 가격 추이 / 사진=하나증권 ‘글로벌 업체 침체 장기화, 그래도 이제는 바닥에 근접한 시점’ 보고서 갈무리

◆ 국내 기업 목표주가, 현재 대비 ‘2배’ 수준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증권은 바닥에 근접해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의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 대비 ‘2배’ 수준으로 유지했다. 현대제철에 대해 내수 부진과 그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으로 올해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철강 제품 '봉형강' 내수의 완만한 회복이 점쳐지고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 부과가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나증권은 “3분기까지 실적이 부진해 현재 주가는 밴드 최하단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 수준이나 모멘텀이 발생하면 상승 여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4만3000원으로 유지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철강 시장의 부진으로 올해 철강 부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그러나 하나증권은 “2025년에는 하반기부터 철강 부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장기적으로 이차전지 관련 사업도 외형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74만원을 유지했다.

세아제강 역시 국내 건설 경기 부진과 미국발 에너지 용강관 수출 가격 하락으로 올해 수익성이 악화했고, 주가 약세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PBR도 0.3배로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내 에너지 개발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올해 에너지용 강관 수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는 22만원을 유지했다.

 

신연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