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비금융기업 신용등급 ‘하향 우위’ 전망
한신평, “석유화학·이차전지·건설 등 7개 산업 신용도 하방 압력 커”
무디스, “IRA·CHIPS법 폐지·축소 가능성 높아”...자동차·이차전지·반도체 악영향
한국신용평가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더 글로벌 뉴노멀-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년에도 '하향 우위'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한국신용평가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더 글로벌 뉴노멀-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내년에도 '하향 우위'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국내 비금융기업의 신용도 하향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년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군은 석유화학, 건설, 이차전지 등이 꼽혔고, 롯데와 SK그룹은 포트폴리오상 부정적 전망에 놓인 산업군이 다수 포진돼 있어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야기할 정책 변화 역시 국내 산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신용평가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9일 개최한 ‘더 글로벌 뉴노멀(The Global New Normal)-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2025년 국내 비(非)금융기업들의 신용 전망을 이같이 제시했다.

◆ 국내 기업 신용등급, 내년에도 ‘하향 우위’ 심화

국내 비금융기업의 신용등급은 내년에도 ‘하향 우위’가 심화할 것이란 판단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해 올해 3분기까지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조정된 기업들의 상하향배율은 0.5배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1.1배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0.7배로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하향배율이 1 이하일 경우 신용등급 하향이 상향보다 우위 기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신용등급 ‘긍정적 또는 상향검토’는 5곳, ‘부정적 또는 하향검토’는 24곳으로 당분간 하향 우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 레이팅스 그룹(Ratings Group) 총괄본부장인 김용건 상무는 “올해 기업 회사채 기준 신용등급 상향은 6건, 하향은 12건으로 집계돼 등급 상하향 배율(Up/Down Ratio)은 0.5배로 나타났다”며 “이는 작년 0.7배보다 낮아진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등급 전망상 포지티브는 5개, 네거티브는 24개로 하향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최근 미국과 한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시작됐지만, 트럼프의 재집권,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인하 안착 시기는 바뀔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와 달리 국내 경제는 수출 둔화, 소비 지연 등으로 예상보다 더딘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종별 수익성도 양극화를 보였다. 조선과 상영관 산업은 2년 연속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유통은 2년 연속 실적이 저하됐다. 김 상무는 “석유화학·이차전지·철강·정유 업종은 제품 마진 축소로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무디스 역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우위를 전망했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전체 포트폴리오 중 ‘부정적’ 신용 전망 기업은 14%로 지난해 4%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션 황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는 화학·배터리 산업이 약화하고, 재무구조가 흔들린 영향”이라며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사업들의 수익성은 내년에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한신평은 석유화학·이차전지·건설 등 7개 산업의 약세를 전망했다. 그룹 중에서는 업황 악화 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한신평은 석유화학·이차전지·건설 등 7개 산업의 약세를 전망했다. 그룹 중에서는 업황 악화 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한신평 “석유화학·이차전지·건설 등 7개 산업 약세”...롯데·SK그룹 모니터링 계획

한신평은 내년 주목할 주요 산업군으로 ▲석유화학 ▲이차전지 ▲건설 ▲철강 ▲유통 ▲게임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석유화학은 3년째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산업군으로, 글로벌 수급 악화 등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김 상무는 “중국 설비가 순차적으로 준공되면서 글로벌 수급상 실적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유업체 등의 글로벌 증설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화학부문의 실적 저하로 산업 전반의 이익 창출력이 낮아져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강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부동산을 비롯한 고정자산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단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효과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중국 경기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유통 부문은 내수 부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건설업은 미분양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등 사업 여건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건설사 재무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경기 회복 불확실성과 추가 부실 가능성 등이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이차전지와 관련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수요 둔화 등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용건 상무는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했고,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을 감안하면 내년 전기차 성장 반등 폭은 제한적”이라며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소재 업체의 수익성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업손실 장기화 등 투자성과가 지연되는 업체는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유 산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화석연료 개발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방위 산업도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 약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룹 중에서는 롯데와 SK그룹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목했다.

롯데그룹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80%가 ▲유통(36%) ▲석유화학(29%) ▲건설(12%) ▲이차전지(2%) 등 업황이 비우호적인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SK그룹은 이차전지 사업 전개 과정에서 배터리·인공지능(AI) 중심 대규모 투자와 성과 지연으로 재무부담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김 상무는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 SK그룹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어려움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화학·건설·이차전지 사업 부진은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대응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업황 대응 능력과 SK그룹의 계열사 합병,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IRA와 반도체 지원법이 정말로 폐지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실제로 법안이 폐지되면 자동차·반도체·배터리 업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무디스는 IRA와 반도체 지원법이 정말로 폐지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실제로 법안이 폐지되면 자동차·반도체·배터리 업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한신평 '2025년 한국 비금융기업 신용 전망' 프레젠테이션 갈무리

◆ 무디스 “IRA·반도체지원법 실제 폐지 지켜봐야”...배터리·자동차·반도체 직접 영향

무디스도 내년 매크로 환경 둔화 등으로 인해 올해 부진했던 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국내 산업 전망에서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전임 행정부에서 추진됐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이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배터리·자동차·반도체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션 황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차전지 업체들이 IRA 폐지 및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에 대한 노출도가 가장 크다”며 “자동차·반도체 업체는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향 수출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법안 폐지까지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션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 의회에 IRA 폐지를 요청할 수 있지만 배터리 공장들이 이미 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반도체 업체들도 대규모 제조시설(팹)을 구성했다”며 “이에 따른 고용 창출 혜택 등을 공화당 주지사가 속한 주(州)에서 많이 받고 있어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행정명령 등으로 보조금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 법안 폐지 위험성이 대선 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배터리 업체의 경우 세제 혜택을 영업이익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동차 회사 합작 투자 등 추가 증설이 있어 세제 혜택 의존도도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IRA에 근거한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관련 수익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IRA 관련 혜택이 유의미하게 축소된다면 신용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반도체 지원법 역시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폐지·축소가 진행될 경우 미국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는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배터리 업체들보다 미국 설비 비중이 크지 않고 재무 유연성도 뛰어나 신용도에 주는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션 애너리스트는 “다만 철강업은 미국 직접 수출이 아주 많지 않고, 정유업과 화학업의 경우 영향이 없지 않지만 글로벌 수급 상황 변화가 신용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내수 산업에 속하는 통신업이나 유틸리티는 큰 노출도가 없다”고 부연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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